[G칼럼] ‘소꿉장난 물가’

기사입력 : 2018-11-02 08:59 (최종수정 2018-11-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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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영인 편집위원]
"아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먼지로 밥을 짓고 흙탕물로 국물을 만들었다. 주워온 나뭇조각으로 고기를 삼았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었다.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밥을 다시 먹어야 했다. 흙과 구정물, 나뭇조각으로는 식사를 대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진반도갱(塵飯塗羹)’ 이야기다. 먼지를 밥, 진흙을 국으로 삼아서 노는 소꿉장난을 뜻하는 말이다.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일컬을 때 써먹는 말이다.

‘천하의 사상가’가 쓸데없이 아이들의 소꿉장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리는 없다. 한비자는 ‘진반도갱’으로 정치를 빗대고 있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것을 찬양한다고 정치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국정을 바로잡지 못하면 소꿉장난이 될 뿐이다. 정치 잘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아이들에게 이 ‘진반도갱’을 아주 충실하게,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주 적게 먹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수박 한 통으로 100명 먹이기 ▲두부 두 모를 넣어 끓인 국으로 50명 먹이기 ▲사과 한 알을 12~15쪽으로 나누기 ▲유치원 원장은 포도 한 상자, 아이들 간식은 포도 한 알.…

이 교육 효과는 어른이 되어서도 유효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밥상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0.5%가 올랐다고 했다. 생선·해산물 등은 3.7% 오르는 데 그쳤지만, 채소가 13.8%, 과일이 11.4% 상승하면서 밥상물가 전체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 18.3%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최고였다는 통계다.

그런데도 배고파서 굶어 죽는 국민 소식은 ‘별로’다. 월급쟁이들은 점심값을 줄이고, 공시생들은 ‘컵밥’값을 아낄 뿐이다. ‘쥐꼬리’ 닮은 소득으로 줄이고 아끼면서 버티는 것이다. 기가 막힌 ‘역설적인 교육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밥상물가가 이같이 올랐는데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물가 관리를 대단히 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몇 해 전 한국은행의 소비자 동향조사에 나타난 ‘일반인의 물가 인식 수준’은 정부가 통계로 잡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4배에 달한다고 했었다. ‘체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4배쯤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였다.


김영인 편집위원 young@

김영인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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