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칼럼] 미국 대통령의 칼

기사입력 : 2018-11-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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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편집위원
[글로벌이코노믹 김영인 편집위원]
조나라 임금은 칼을 좋아했다. 검객을 3000명이나 모아놓고 밤이고 낮이고 칼싸움만 시켰다. 사상자가 속출하는데도 즐기며 손뼉만 쳤다. 임금이 칼싸움에 빠지는 바람에 나라꼴은 점점 엉망이 되고 있었다.

임금의 아들 태자는 그런 임금이 걱정스러웠다. 왕위를 물려받는데 차질이 생기면 곤란했다.

태자는 ‘천금’이나 되는 거액을 들여 장자(莊子)를 초청, 임금의 칼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장자는 돈을 사양했다. 그러면서도 부탁은 들어주기로 했다.

임금은 아예 칼을 뽑아들고 장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의 칼솜씨가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대는 칼로 몇 사람이나 대적할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다.

“10걸음마다 한 명씩 베면서 1000리를 갈 수 있다.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十步殺一人 千里不留行).”

임금은 장자의 칼 솜씨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검객들에게 일주일 동안 칼싸움을 시켜 가장 실력이 뛰어난 5∼6명을 추렸다. 이들과 겨뤄보라고 했다.

칼싸움에 앞서서 장자가 말했다.

“나에게는 칼 3자루가 있다. 용도가 각각 다른 칼이다. 원하는 칼로 상대해주겠다. 그 전에 칼에 관한 얘기부터 하고 싶다.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겨루기로 하자.”

① ‘천자의 칼(天子之劍)’이다. 이 칼은 거칠 것이 없다. 위로는 구름을 끊고, 아래로는 땅을 받쳐주는 줄을 자를 수 있다. 이 칼을 쓰면 제후들이 무릎 꿇고 천하가 복종한다.

② ‘제후의 칼(諸侯之劍)’이다. 이 칼을 휘두르면 마치 천둥소리가 나는 것 같다. 나라 안의 사람이 모두 복종한다. 모두가 임금을 따르도록 만드는 칼이다.

③ ‘서민의 칼(庶人之劍)’이다. 이 칼은 임금 앞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칼이다. 위로는 목이나 옷깃을 베고, 아래로는 간이나 폐를 찌를 뿐이다. 마치 투계(鬪鷄)와 같은 칼이다.

이렇게 칼을 소개한 장자가 덧붙였다.

“지금 당신은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고작 서민의 칼을 좋아하고 있다. 그것은 기껏해야 닭을 잡는 칼일 뿐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부끄럽다.”

오늘날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칼을 좋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감히 도전하려는 중국 지도자를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관세를 매기는 ‘관세의 칼’이다.

미국 대통령은 큰소리를 쳤다. “중국이 보복하면 추가로 관세를 매길 것이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는 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듯했다. “뺨을 맞으면 주먹으로 돌려주겠다”며 자신도 칼을 뽑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은 또 다른 칼도 뽑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향한 칼이다. 중국을 향해서 꺼내든 칼 때문에 주식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반발, 오히려 연준을 탓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연준이 날뛰고 있다(going wild), 연준이 미쳐가고(going loco) 있다”며 칼을 겨누고 있다. ‘loco’는 ‘미치다, 머리가 돌았다’는 뜻의 스페인어라고 한다.

미국 대통령은 힘없는 난민에 대한 칼도 끄집어내고 있다. ‘불법’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caravan)’을 군대를 보내서 막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난민 문제로 고민하는 스페인에게는 아이디어까지 보태주고 있다. “사하라사막에 장벽을 건설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칼은 벌써부터 휘두르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는 ‘가짜뉴스’일 뿐이다. 언론은 ‘공동 사설’로 칼에 맞서고 있다.

이랬던 미국 대통령이 칼 하나를 접으려는 모양이다. 6개월 만에 중국 지도자와 통화를 하면서 “길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고 있다. ‘무역전쟁’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장자의 충고를 들은 조나라 임금은 어떻게 했을까. 깊이 반성했다. 석 달 동안 궁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거느리고 있던 3000명의 검객은 모두 없애버렸다.


김영인 편집위원 young@

김영인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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