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칼럼] 일본 기업의 ‘풍년 아사’

기사입력 : 2018-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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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영인 편집위원]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일본이 절대로 우리를 침략하지 않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일본을 경계할 필요가 없는 5가지 이유’라는 글이다.

① 일본은 두 차례나 우리를 침략했지만, 화살 한 개도 얻어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 백성은 지금까지 나라를 원망하고 있다. 앞서의 잘못을 다시 밟지 않을 것이다.

② 우리는 해마다 수만 곡의 쌀을 보내주고 있다. 그들이 대대적인 약탈을 감행하더라도 이 쌀의 이익과 맞먹을 수 없음은 물론 맹약만 깨질 것이다.

③ 청나라가 우리나라를 왼팔로 여기고 있다. 청나라가 오랑캐에게 자기 왼팔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도 우리나라를 얻어봤자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④ 옛날에는 일본이 통합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통합되었다. 그러므로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

⑤ 옛날에는 일본이 중국의 문물을 우리에게 얻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직접 중국을 왕래하면서 물건뿐 아니라 제조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웃 나라를 약탈해서 도적질했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거칠고 나쁜 물건을 얻으려 하겠는가.

조선 후기의 ‘엘리트’인 정약용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정약용이 사망한 지 40년 만에 이른바 ‘운양호사건’을 일으켰다. 그 이후의 역사는 누구나 알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망하는 것 같았다. ‘집단 무기력증’을 앓고 있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일본병(日本病)’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있었다.

2012년 LG경제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실패와 성공의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6중고’를 꼽았다. ▲엔고 ▲높은 법인세 ▲과도한 노동규제 ▲전력수급 불안 ▲자유무역협정 체결 지연 ▲지진 등이었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에 대한 일본 내 평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우리 기업의 3가지 강점과 일본 기업의 6가지 약점을 비교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의 6가지 약점을 ▲글로벌 전략 부재 ▲의사결정 구조의 경직성 ▲미흡한 설비투자 ▲연구개발 효율 저하 ▲글로벌 인재 부족 ▲비즈니스 인프라 취약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 기업은 ▲탁월한 선택과 강력한 집중 ▲신시장 창출 ▲현지화 전략 등 3가지 장점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국내 10대 트렌드 10+1’이라는 보고서에서 2015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3만8760달러로 일본의 3만9108달러에 근접하고, 2016년에는 3만9828달러로 늘어나 일본의 3만9669달러보다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일본을 우습게 여겼던 보고서들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일본은 일자리가 넘치면서 사람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그 바람에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인력 부족 때문에 도산한 기업이 299개에 달하고, 연말까지는 400개 안팎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풍년 아사(豊年餓死)’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라는 것이다. 공공부문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를 부랴부랴 만들겠다는 우리와는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시도당위원장들과의 연석회의에서 “성장률이 2.5~2.6%대, 3%대 이하로 내려왔기 때문에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지적한 셈이다. 그런데 정책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김영인 편집위원 young@

김영인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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