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국회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안, 현실여건 고려해야”

"도급금지로 인력활용 비효율성 커지고 산재 감소 효과 없을 것" 51.2%

"물질안전보건자료 규정 강화 중 비공개 위한 승인심사 가장 부담" 35.7%
- 근로자 긴급대피권‧고용부 작업중지 명령, 요건‧범위 모호해서 불확실성 우려

기사입력 : 2018-11-11 11:00 (최종수정 2018-11-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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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 규정 강화와 관련한 의견. 표=한경연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들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여건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도급금지로 인력활용 효율성은 떨어지면서 정작 산재 감소에는 효과가 없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제출‧공개 강화로 비용증가와 생산차질 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근로자 긴급대피권과 고용부 작업중지 명령 강화는 그 요건이 모호해서 산업현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사업주 처벌 강화는 과도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관련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14개사 응답), ‘전반적인 방향성은 맞지만 현실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65.8%로 가장 많았다고 11일 밝혔다. ‘근로자의 의무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19.3%)와 ‘현행 수준으로도 충분하다’(8.8%)가 그 뒤를 이었고, ‘산재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국회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유해‧위험 물질의 도급금지, ▲원청의 안전보건책임 강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출‧공개 강화 ▲근로자 긴급대피권‧고용부령 작업중지 강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계획 이사회 보고 의무 신설 ▲사업주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도급금지 규정, 인력활용 비효율성 커지면서 산재 감소에 효과 없어

유해‧위험한 물질의 도급을 금지하고 승인 받은 도급작업의 하도급을 금지하는 개정안에 대해 기업들은 ‘효율적인 인력활용을 어렵게 하면서 정작 산업재해 감소에는 효과가 없음’(51.2%), ‘도급‧하도급 금지에 대한 대체방법이 없어 생산에 타격’(22.1%), ‘별 다른 영향 없음’(20.9%), ‘직접고용 증가로 산재 감소에 도움’(18.6%) 순으로 응답,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우려했다.

제한적 요건에서 부과하던 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을 ‘도급인의 모든 사업장 혹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 확대하는 개정안에 대해 ‘불법파견 논란 우려’(27.9%), ‘수급인근로자의 안전 확보에 도움’(24.4%), ‘도급인의 안전보건활동 분산 우려’(22.1%)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현행 파견법 상 파견근로가 금지된 제조업 등에서는 원청(도급인)이 수급인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할 수 없는데, 개정안에 도급인의 안전보건 지시를 수급인근로자가 따라야 한다는 의무가 없어 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도급작업에서 산재가 발생할 때 주요원인은 ‘작업자 부주의’(57.0%), ‘안전보건조치 부족’(25.6%), ‘위험한 작업 공정’(8.1%), ‘안전보건교육 부족’(3.5%), ‘기계‧설비 결함’(1.2%)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도급사업 시 수급인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수급사업체의 안전보건 전문성 확보방안 강구’(44.2%), ‘도급인의 안전관리 책임강화에 비례하는 수급인근로자 관리 권한 부여’(34.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규정 강화 중 비공개 사전승인 심사 도입이 가장 부담(35.7%), 안전보건자료의 공개 강화 법안은 영업비밀 유출 막기 위한 규정 필요(32.1%)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개정안 중 경영‧생산 활동에 가장 부담이 되는 내용은 ‘영업기밀 정보의 비공개를 위한 사전승인 심사 도입’(35.7%), ‘미기재 성분에 관한 정보를 정부에 제출(28.6%) 순으로 응답했다. ‘일부 화학물질에 대해 비공개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규정’과 ‘제출한 MSDS의 전산 공개’ 응답은 동일하게 8.9%로 나타났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제출‧공개 강화 규정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행정처리 비용 증가’(28.6%), ‘물질정보 공개를 꺼리는 외부 업체와의 거래 단절’(23.2%), ‘영업비밀 유출’(19.6%), ‘비공개 승인 심사 절차로 제조공정 차질’(16.1%) 순으로 집계됐다.

응답기업 중 현재 작성하고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가 많게는 6만 종류에 이르는 곳도 있는 만큼, MSDS 제출과 비공개 승인 절차 등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와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경쟁력 상실, 외부업체와의 거래 단절에 따른 생산 타격 등의 염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포함하여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등 안전보건자료에 대해 근로자의 공개 청구 절차를 명확화하고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서 영업비밀을 인정하는 등의 규정을 신설하는 입법안도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영업비밀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규정 마련’(32.1%), ‘안전보건자료의 공개 신청 사유를 질병의 업무관련성 입증 등으로 제한’(25.0%), ‘국가핵심기술은 자료 공개 판단 기준을 엄격화’(14.3%), ‘심의위원회에 해당산업 전문가를 포함’(10.7%) 등 82.1%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10.7%는 ‘산재 예방 및 보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응답기업 56개사).

■근로자 긴급대피권‧고용부 작업중지 명령은 정의‧요건이 모호해 불확실성 우려

근로자 긴급대피권의 경우,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한 개정안에 대해 기업들은 ‘산업재해 발생 우려의 정의가 모호하여 현장 혼란 및 노사갈등 우려’(54.4%), ‘급박한 위험이 아니어도 작업거부 등을 목적으로 긴급대피권이 남발될 우려’(27.2%)를 가장 많이 답했다.

고용노동부령 작업중지명령에 대해 기업들은 현행 규정(54.4%)을 개정안(24.6%)에 비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21.0%에 달했다. 개정안보다 현행 규정을 선택한 이유로는 ‘작업중지명령 조건에 대한 행정기관의 자의적 해석 우려’(62.9%), ‘작업중지 대상이 지나치게 넓음’(16.1%),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해석 차이 등 노사관계 악화 우려’(11.3%), ‘작업중지명령 시 생산 감소 등 경영상 타격이 너무 큼’(9.7%) 순으로 조사됐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감독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산안법 개정안들은 생산 차질,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고려 없이 도급인을 비롯한 사업주 의무 강화와 규제 신설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경영 현실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산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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