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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삼성 때문에 …베트남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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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삼성 때문에 …베트남 발칵 뒤집혔다

언론 등 연일 '삼성'으로 도배 …삼성 "근거없는 소문에 불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응우웬 쑤언 푹 총리와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응우웬 쑤언 푹 총리와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최근 베트남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단어가 있다. 바로 '삼성'이다. '삼성'이라는 이름 앞에 베트남이 울고 웃었다.

발단은 니케이 아시아 기자가 삼성증권 내 북한투자전략팀과의 통화한 후 몇 가지 조건만 선행된다면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기지가 현재의 베트남보다는 향후 개방이 예상되는 북한이 더 적합하다는 보도 때문이다.
니케이 아시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임대료와 인건비가 저렴하면서도 더욱 숙련된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와 언어에서 이질감이 없는 북한은 삼성 등 한국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베트남이 발칵 뒤집혔다.

■ 삼성공장 이전 소문에 울상

베트남 국내 수출액의 약 30%를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생산공장 이전 가능성이 전해지자 진위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현지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등 SNS도 '삼성'으로 거의 도배되다시피하며 최고 이슈로 떠올랐다. 만약 삼성이 이전한다면 2년 동안 700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온라인상에 급속하게 퍼졌다.

앞서 지난 5월 싱가포르 국립대 부교수로 있는 부 밍 크응 박사는 '베트남은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는 주제발표에서 '남북이 해빙되면 삼성이 남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북한은 베트남을 대신한 삼성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삼성전자에서 즉시 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 베트남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개인적인 추측일뿐"이라며 "삼성전자의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전자의 생산공장 이전 소문에 온라인에는 2년간 700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는등 베트남 전역이 떠들썩하다.
삼성전자의 생산공장 이전 소문에 온라인에는 2년간 700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는등 베트남 전역이 떠들썩하다.

■ 달래기 나선 삼성, 적극 지원 약속

그러자 때맞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이 있었다. 유럽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현지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재점검하기 위한 취지라고 알려졌지만 이전소문과 무관치 않은 행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인도 생산공장 확장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데다가 이전소문까지 확산되면서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베트남 정부를 달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응우웬 쑤언 푹 총리는 지난 30일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베트남을 세계 최대의 생산허브로 만들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도 "반도체, 인프라, 금융 등 신규사업을 논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이 부회장이 돌아가자 현지에서는 '삼성전자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 제3공장 건설이 결정됐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 경영진들이 베트남을 방문한 이유가 제3공장 건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단 실현 가능성은 낮다. 여러 가지 시장 상황을 감안해도 현지의 제1, 2공장만으로도 생산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베트남 내 삼성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마자 베트남 현지신문들은 제3공장 건설이 결정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마자 베트남 현지신문들은 제3공장 건설이 결정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베트남, 신사업 전진기지로 웃게 될까

한편 삼성의 신규공장 건설과 관련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가 아닌 그룹차원에서 현지의 새로운 아이템과 관련된 공장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베트남에서 삼성의 위상은 흔들림 없지만 근래 들어 삼성이 지난 10년간 혜택만 받고 산업의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트남 전체를 일깨운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 삼성이 발표한 200개의 우선 협력업체 리스트엔 베트남 기업이 없었다. 현지 부품공급업체들은 심사 가이드라인에서 탈락해 1차 벤더 업체에는 끼이지 못했다. 전체 2500여개의 협력업체 중 베트남 기업은 액세서리 정도를 생산하는 기업 29개 밖에 없었다.

당시 삼성사태를 두고 현지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은 나사도 하나 못 만드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FDI(외국인직접투자)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외국 기업들이 혜택만 받아가고 현지 업체에 하이테크 기술을 이전하는 작업은 지지부진 했다는 이야기다. 재계와 학계의 지적에 베트남 정부도 삼성전자에 대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 현지 전문가는 "베트남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삼성이 기술이전 등 베트남의 산업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