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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제조업체 특허 공격 …자동차 산업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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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제조업체 특허 공격 …자동차 산업 정조준

자동차 지능화 · 첨단기술 탑재 …브로드컴, 폭스바겐 고소

차량에 다양한 칩과 통신 기술이 점점 더 많이 탑재되면서, IT업체의 특허 분쟁이 자동차 산업의 근심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차량에 다양한 칩과 통신 기술이 점점 더 많이 탑재되면서, IT업체의 특허 분쟁이 자동차 산업의 근심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전 세계 IT 기업 간 발생한 특허 분쟁은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과 관련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가 지능화 및 첨단 기술을 탑재하고 점점 디지털화됨에 따라 IT업계의 스마트 분쟁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자동차가 더 빨리, 더 좋은 연비와 안전성에 주력한 반면, 최근 자동차는 쾌적함과 편리함, 스마트화 등 지능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에는 다양한 칩과 통신 기술이 점점 더 많이 탑재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으며, 그로 인한 IT업체의 특허 분쟁은 자동차 산업의 근심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장래 IT업계의 특허 분쟁이 자동차 산업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 자명한 현실에서, 최근 발생한 IT업계의 분쟁이 자동차 산업으로 이어진 사례를 정리했다.

▮미 반도체 브로드컴, 반도체 관련 특허로 폭스바겐 위협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브로드컴(Broadcom)은 이달 초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을 상대로 뮌헨과 만하임에서 반도체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은 폭스바겐이 일부 모델에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에서 자사의 반도체 관련 특허 18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조치로 10억달러를 요구했다.

현재 영향을 받는 모델은 포르쉐(Porsche)와 아우디(Audi)를 비롯해 골프(Golf), 파사트(Passat), 투란(Touran), 티구안(Tiguan) 등이며, 이 외에도 다양한 모델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의 반도체 부문 위협이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부상함 셈이다. 게다가 실제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폭스바겐의 많은 모델은 생산이 금지될 위험에 처했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브로드컴이 제기한 불만의 세부사항과 범위에 대해 논평하기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특허권 침해 소송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 “불만 사항을 검토한 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ICT, 도요타 파나소닉 특허 침해 조사 착수


브로드컴의 반도체 특허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브로드컴은 올해 5월 미국에서 일본 업체인 도요타와 파나소닉, 덴소텐 등에 대해 특허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월부터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특허 침해에 대해 법원에 제소하는 방법 외에도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조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사는 양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그래픽 및 비디오 프리젠테이션, 카메라, 컨트롤러 등 다양한 브로드컴의 특허가 포함된다.

물론 이에 대한 자동차 제조업 협회의 반발도 심하다. 자동차와 같은 복잡한 제품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구성 요소에 대한 특허의 착취는 미국 특허 제도에 반하며, 이를 통해 제품의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브로드컴의 요구는 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복잡한 테스트와 승인 절차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는 짧은 시간 내에 교체 부품을 얻을 수 없는 것도 애로사항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특허 분쟁, IT에서 자동차로 전이된 까닭은 '뜨거운 경쟁'


"IT 업계의 특허 침해 분쟁이 자동차로 이어진 까닭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쟁이 치열해 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결국 미래 자동차를 향한 기술의 핵심이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으며, 그 전장으로 자동차 업계가 타깃이 된 것이 특허 분쟁을 촉발했다는 뜻이다.

현재 AI용 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인텔,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4개 업체를 꼽을 수 있다. 과거 이들은 칩 제조업체로 이름을 알렸던 기업들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은 모두 AI 시대에 맞춰 회사의 DNA를 전면 개조하고 있다. 컴퓨터 칩의 제왕인 인텔은 데이터 회사로, 스마트폰용 비메모리 반도체 칩(AP)을 석권한 퀄컴은 플랫폼 회사로, 엔비디아는 딥러닝 플랫폼을 사용한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머신러닝 등에 각각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특허 분쟁의 주역인 브로드컴은 ‘통신반도체시장의 독점’을 목표로 통신용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수합병 전략과 특허 분쟁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상은 이들 4개 업체를 AI 칩 ‘4대 천왕’이라 하는데, 최근 이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과 컴퓨터 시각 관련 AI 등이다. 결국 비슷한 관심사가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으며,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등화된 기술은 특허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설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모든 AI 기술이 집약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로 시선이 몰리면서, 분쟁도 차츰 격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10년 전부터 시작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이들 두 업체를 업계 정상으로 끌어올렸으며,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질서가 정립됐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IT 업계의 스마트 자동차와 관련된 분쟁도 이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되며, 업계의 주도권도 분쟁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