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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역동성과 기교의 원숙한 조화에 걸친 열일곱 번째 개인공연 …2018 임수정 전통춤판 '무애(無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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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역동성과 기교의 원숙한 조화에 걸친 열일곱 번째 개인공연 …2018 임수정 전통춤판 '무애(無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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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의 '승무'.
참 멀리도 왔다/ 엊그제 나들이 같았던 춤길/ 센 님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갈래는 또 얼마나 많았던지/ 바름 지기는 외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나들이 철이 구름처럼 몰려오고/ 우울한 가족들의 풍경에도/ 방긋 미소로 서야하는.../ 어느 날부터 그녀는 ‘내 안의 성’을 쌓기 시작했다/ 바람부는 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이 크리스탈의 투명으로 빛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봉우리 마다 스며든 사위와 디딤을 찾아/ 먼 길을 나선다

2018년 11월 6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한국전통춤예술원이 주최・주관하고 임수정(한국전통춤예술원 대표, 국립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이 연출・출연한 『무애(無碍)』는 ‘춤길’, ‘승무’(구도), ‘학춤’(선무), ‘한량무’(풍류여정), ‘춤본Ⅱ’(춤내림), ‘판소리’, ‘진도북춤’(신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침없는 춤 세계, 그 신묘(神妙)의 몸짓」은 임수정의 무용연보를 앞세운 영상에 이어, 여섯 마당은 임수정의 홀춤과 군무(群舞), 축하공연으로 존재감을 증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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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의 '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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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의 '승무'.

임수정 예술감독이 도반으로 삼은 전통음악그룹 ‘판’(대표 유인상)의 연주, 김지립의 ‘한량무’(김지립류 익산한량춤, ‘풍류여정’, 홀춤), 김성수(울산학춤 예능보유자)의 ‘학춤’(선무, 홀춤과 울산학춤보존회원들과의 군무), 김학용(박동진 판소리대회 명창부 최우수상 수상)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은 임수정 춤의 격조와 품격을 높이는 악가무(樂歌舞) 정상들의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마무리 신명은 한국전통춤예술원 회원들과 함께한 군무 ‘진도북춤’(신명)이었다.

임수정은 전통춤이거나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을 통해 비밀결사의 의식처럼 신비적 몸짓으로 해마다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 갈무리 춤판을 가져왔다. 금년의 주제적 연행은 자신의 춤에 철학적 상부구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같은 고민을 자양분으로 신명을 이끌어내어 정상에 선 사람들의 서사를 칭송하고, 같이 즐기자는 판을 연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돋보이게 하는 심성은 새로운 문화형성자가 갖추어야할 덕목 중의 하나이다.

임수정의 '진도북춤'.이미지 확대보기
임수정의 '진도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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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의 '진도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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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의 '진도북춤'.

임수정은 이십 삼년 전에 첫 개인공연을 시작했다. 춤과 소리의 합일, 무위자연의 춤판을 펼쳐온 임수정의 열일곱 번째 개인 전통춤판 『무애(無碍)』는 홀춤 ‘승무’, ‘춤본Ⅱ’, 군무 ‘진도북춤’으로 임수정이 전통춤의 커다란 한 축임을 각인시켰다. ‘진도북춤’의 역동적 춤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철학적 담론이 제시된 선 굵은 ‘승무’와 김매자의 춤 이론이 함축된 ‘춤본Ⅱ’은 이날 공연의 핵심으로써 호흡과 장단, 디딤과 사위가 정제된 교본의 역할을 하였다.

임수정은 서울대 졸업 후 제대로 된 춤추기 방법으로 한양대와 중앙대 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집념을 보여 주었고, 한국무용전공으로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에 이어 무용학 박사과정을 최초로 설치한 용인대 대학원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통 춤꾼이다. 인상적인 도입부는 이론과 춤 연기에서 치우침 없이 균형 감각을 견지한 임수정의 개인 공연사(公演史)를 압축하였다. ‘승무’로 부터 시작된 이 날 공연에서 고도의 기교와 춤미학의 교태를 기대했던 임수정의 '교방무', '부채입춤', '살풀이춤', ‘소고춤’, ‘춘앵전’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임수정의 '춤본2'.이미지 확대보기
임수정의 '춤본2'.

김성수의 학춤.이미지 확대보기
김성수의 학춤.

임수정처럼 전통춤에 천착한 무용가는 흔치않다. 그녀는 화려한 문명이 유혹처럼 번져 와도 휩쓸리지 않고 일회적 과시와 과장,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의 춤을 경계한다. 그래서 그녀의 춤은 어울림의 문화적 기억인자로 감지된다. 임수정이 춤을 대하는 태도는 제15회 한밭국악전국대회 명무부 대통령상 수상과 제38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전통부문 올해의 최우수예술가로 선정되는 성취를 낳았다. 임수정은 전통춤에 봉헌하며 넓고 굵은 춤길을 가고 있다.

학구파 임수정은 이매방의 ‘승무’와 ‘살풀이춤’의 이수자가 되었고, 박병천으로부터 장단과 소리, ‘북춤’, ‘지전춤’ 등의 학습과 김매자의 ‘춤본’을 연구했다. 또한 김수악·성계옥의 ‘교방굿거리춤’과 ‘진주검무’, 이흥구의 ‘춘앵전’과 ‘무산향’, 김숙자의 ‘도살풀이춤’과 ‘경기무속춤’을 학습했다. 그녀는 전통음악의 뿌리인 무속음악 장단의 박병천, 경쾌하고 독특한 타법의 산조음악 장단의 김청만, 민요장단과 대풍류 장단의 장덕화, 설장고 기교는 김덕수로부터 배웠다.

김성수의 '학춤'.이미지 확대보기
김성수의 '학춤'.

김지립의 '한량무'.이미지 확대보기
김지립의 '한량무'.

김학용의 판소리 '흥보가'이미지 확대보기
김학용의 판소리 '흥보가'

임수정은 발품을 팔아 춤을 느끼고, 전통춤을 옷으로 입고, 내면을 선조들의 정신세계로 채워 ‘내가 춤추는 것이 아니라 춤이 스스로 살아 춤추는’ 경지에 진입했다. 우리 춤의 결을 골라 신명을 부르고 춤을 짜내는 그녀는 전통춤의 가치에 주목하고 대중화에 앞장 서 왔으며, 박병천류 전통춤의 예술성과 박병천의 예술정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구도의 ‘승무’, 춤내림의 ‘춤본Ⅱ’, 신명의 ‘진도북춤’이 정상의 예인들과 어우러진 격조의 춤판이었다.

임수정
임수정

■ 임수정

- 국립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무용학박사)

- 한국전통춤예술원 대표

- 박병천류 전통춤보존회 회장

- 무용역사기록학회 부회장

- (사)한국전통춤협회 이사

-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 전통춤 개인발표회 17회

- 전통예술인상 수상(2005)

- 제15회 한밭전국국악대전 명무부 대통령상 수상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유공자 표창(2015)

- 제38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선정(전통부문,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