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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형수 기자] 면세한도 인상요구 불편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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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형수 기자] 면세한도 인상요구 불편한 시선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면세 업계에서 600달러인 면세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바라보는 만큼 소비자들이 면세한도 때문에 쇼핑을 하며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변국과의 면세한도 차이도 거론하며 1000달러까지는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면세한도 증액을 검토해보겠다는 지난달 김동연 전 경제총리의 발언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면세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거나 해외 면세점으로 눈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면세 업계의 논리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상위 브랜드에는 명품 브랜드 여럿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브랜드 매출 순위를 보면 루이뷔통(2위), 디오르(Dior·5위), 랑콤(7위), 구찌(10위)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SK-II(6위), 설화수(9위)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톱10’을 점령했다. 루이뷔통, 랑콤, 디오르 등은 지난 2013년부터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팔린 품목별 매출 현황을 보면 고가 제품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진다. 향수·화장품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000~8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선두를 달렸다. 매년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 가운데 35%~39% 정도를 차지했다. 향수·화장품은 올해 상반기에도 52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피혁(1822억원), 시계(472억원), 패션·악세서리(294억원), 보석(263억원) 등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지난 2015년부터 브랜드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G를 제외하면 서민들의 일상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브랜드 일색이다.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집단인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면세한도 인상에 따른 혜택은 높은 소득을 올리거나 많은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면세한도 인상은 소득재분배를 기치로 내건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도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 그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보유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재분배에 집중해 부유층과 빈곤층의 경제력 차이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정부가 한 손으로는 보유세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한 손에 면세한도 인상 카드를 쥐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