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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SK, 미국·유럽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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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SK, 미국·유럽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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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이끄는 '빅3'가 미국과 유럽에서 앞다퉈 생산기지 확대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2020년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LG화학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폴란드 소재 자회사 LG켐 브로츠와프 에너지(LG Chem Wroclaw Energy)에 6513억원의 현금 출자와 1조3026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이번 증설 결정에는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과의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지난 10월 폭스바겐과 TF를 구성하고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11월부터 생산되는 폭스바겐 일부 차량에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가 들어가게 된다.

지속적인 증설은 현재 LG화학의 주 고객인 유럽 업체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LG화학 관계자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유럽 수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번 증설도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폴란드 생산시설이 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50~60%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폴란드 공장의 생산량은 6GWh 수준이다. LG화학의 2020년 기준 목표 생산량이 110GWh인 것을 감안하면 폴란드 공장 생산량은 현재보다 10배 이상 높아져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고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 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법인 설립 및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를 위해 1조1396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조지아주가 속한 남동부는 폭스바겐, BMW, 다임러, 볼보,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거점으로 유명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이용해 미국 내 글로벌 완성차 생산기지를 판로로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2022년 양산을 목표로 건립되는 이 공장은 9.8GWh의 연간 생산량을 책임지게 된다. 헝가리 코마롬(7.5GWh), 중국 창저우(7.5GWh) 등 해외 생산 기지 중 가장 큰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의 2022년 연간 생산량 목표인 55GWh의 17%에 달하는 생산량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에서 “상황에 따라 조지아 주 공장에 최대 5조6000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발언도 여기에 무게를 싣는다.

삼성SDI 역시 생산기지 증설에 나섰다. 다만 LG화학, SK이노베이션보다는 소극적 모양새다.

삼성SDI 미국 법인(삼성SDI 아메리카)은 미시간 주 오번 힐스(Auburn Hills)에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 공장 증설을 위해 약 694억원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 2015년 인수한 다국적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슈타이어 전기차용 배터리팩 사업 부문 투자의 일환이다. 이 곳 생산량을 늘려 포드,GM 등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미시간주 사업개발 프로그램으로부터 1000만 달러(한화 약 111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일각에서는 삼성SDI의 이번 투자를 ‘미국을 생산기지로 삼기 위한 공략’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달리 배터리 셀이 아닌 ‘배터리팩’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다.

배터리팩은 배터리 셀을 관리하는 모듈을 하나로 모아 조립한 것으로 완성차에 최종 탑재되는 물품이다. 이를 토대로 이번 증설은 '생산기지 확대'보다는 '공급기지 확충'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전기차의 침투율이 10%를 상회하고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는 2023년 경이 되면 LG화학, 삼성SDI, CATL 3사의 캐파가 엇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