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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 창]이제 양승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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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 창]이제 양승태만 남았다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사전구속영장 청구, 양승태 소환도 초읽기 들어가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모든 게 초유의 일이다. 사법사상 최초 등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고위 법관 등에 대한 수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이 어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둘은 후배 판사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둘의 구속여부는 영장전담판사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지금 법조계에서는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사법 농단 사태의 '키맨',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핵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정점'으로 부른다. 대법원의 구조가 행정처 차장, 행정처장, 대법원장 순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과 3일 청구된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공범으로 적시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과 23일 박·고 전 대법관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한 뒤 수차례 더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각각 30차례와 17차례 공범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에서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임 전 차장도 그랬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으로 이뤄진 범죄행위”라며 “이미 구속된 임 전 차장이 박·고 전 대법관 몰래 사적 이익을 위해 범행한 게 아니고, 두 분은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했다. 하급자인 임 전 차장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헌법가치”라며 “이를 훼손한 이 사건 범행들은 한 건 한 건이 중대한 구속사유다. 두 분 모두 혐의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 진술과 상당히 다른 진술을 해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양승태도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조사를 통해 양승태의 혐의점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소환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뜸을 들이다가 부를 계획이다. 이달 중순쯤 예상된다. 앙승태의 소환은 곧 구속영장 청구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양승태도 지금까지 관련 사실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직접 관여한 사법농단을 모를 리 없다. 일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김앤장 소속 한 모 변호사를 대법원장 집무실 등에서 최소 3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장이 소송 당사자를 만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사법부의 비극이다. 하지만 사법농단 역시 단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도 지적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이다. 이를 어겼으니 처벌받는 것도 당연하다. 역사는 정직하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