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도 박지원처럼 정치 9단쯤 된다. 그런 손학규가 이번에 또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단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지난 6일부터 국회의사당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그의 나이 72세. 상대적으로 고령이다. 날씨도 춥다. 또 대식가인 그에게 배고픔도 견디기 힘들 터. 그럼에도 단식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오케이 하면 바로 단식을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낌새가 안 보인다.
손학규는 알아주는 대식가다. 박 의원이 재미 있는 얘기도 들려줬다. “일화는 많습니다. 그와 식사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막걸리에 안주를 엄청 먹어도 그래도 밥 두 공기에 김치와 수저로 먹는 모습은 며칠 굶은 사람 아니곤 그렇게 못 먹을 것입니다. 그가 단식을 한다면 그 식탐에 어울리진 않지만 그 독함과 어떻게 배합될까를 생각합니다”라고.
이어 “손학규는 이번에는 죽어야 합니다. 말 길게, 어렵게 하는 천재 손학규가 쉽게 짧게 하는 천재가 돼 제가 잘하신다고 최근 칭찬했더니 웃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언론에 그의 메시지가 자주 회자되더라구요. 흔히 손학규 징크스가 있고 저도 많이 놀렸습니다. 그의 단식 소식을 듣고 저는 이번엔 틀림없이 김정은 위원장 방남이 이뤄지겠다 생각했습니다. 이건 손학규 공이다라고도 생각했죠"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징크스는 손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2006년 경기지사를 퇴임한 손 대표가 민심대장정 100일을 마친 날에는 북한이 최초로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손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식 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방해할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나는 손학규의 정계은퇴를 촉구한 바 있다. 지금 비록 바른미래당의 대표로 있지만 지분이 없는 바지 사장과 다름 없다. 그럼 자기 뜻대로 정치를 펼칠 수 없다. 그의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한국당도 노정객의 마지막 호소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