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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음란성 시비에 휘말리다-맥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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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음란성 시비에 휘말리다-맥문동

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전국을 꽁꽁 얼려 버린 북극발 한파가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한파가 이어지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자칫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럴 때 감기 예방에 좋은 차가 바로 맥문동차다. 맥문동에는 폐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어 감기를 예방해 줄 뿐만 아니라 청심환에도 들어갈 정도로 약효가 탁월하여 식물계의 허준이라 할만하다.

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하는 상록성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그늘지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탓에 숲속이나 화단의 그늘진 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맥문동이란 이름은 뿌리가 보리의 뿌리와 같아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고, 잎이 보리 잎과 비슷하고 겨울에도 살아 있어서 그리 불리게 된 것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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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

여름 야산의 그늘진 숲속을 거닐다 보면 동양란을 닮은 잎 사이로 올라온 꽃대에 자잘한 보라색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맥문동과 개맥문동 두 가지가 자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상용보다는 약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암모니아의 흡수 능력이 탁월하여 NASA가 정한 36가지의 공기정화식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아파트나 빌딩의 그늘진 정원에 많이 심어져 있다.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잎이 모여 나와 포기를 형성하고, 줄기는 곧게 서며, 꽃은 5∼8월에 보라색으로 핀다. 수상꽃차례의 마디에 3∼5개씩 달리며, 꽃이삭의 길이는 8∼12㎝ 정도다. 둥근 열매는 7~8월이 되면 얇은 껍질이 벗겨지면서 까맣게 익는다. 덩이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데 소염·강장·진해·거담제 및 강심제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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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

맥문동의 잎은 뿌리에서 모여 나는데 길이는 30~50㎝, 폭은 8~12㎜정도로 잎 끝이 뾰족하고 아래로 휘어져 처지는 모양새가 동양란의 잎과 흡사하다.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은 맥문동을 보고 종종 난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몇 해 전에 친구와 진도 여행 중에 운림산방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운림산방은 조선 말기의 남종화의 대가로 화단에 남종화풍을 토착화 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소치 선생이 만년에 기거했던 곳이다. 소치 선생의 화실로 가는 솔 숲 아래 보라색 맥문동이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 그늘마저도 환하게 밝히는 맥문동의 보랏빛에 취해 넋을 놓고 있을 때였다. 얼핏 보기에 난 같기도 하고 부추 같기도 한 맥문동 잎을 유심히 살피던 친구가 한 마디 했다.

"거 난 잎 한 번 싱싱하구먼!"
"이것은 난이 아니고 한약재로 쓰이는 맥문동이야."

"아니긴, 잎 모양새가 난이 맞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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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

"맥문동은 뿌리를 한약재로 쓰는데 그늘을 좋아해서 요즘은 화단이나 조경을 위해 가로수 그늘에 많이 심는다네." 하고 내가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네 말처럼 그늘에서 잘 자란다니 음란(陰蘭)이 틀림없네." 하며 우기는 바람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으니 맥문동으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이자 최초의 음란성(?) 시비였다.

맥문동은 인내, 겸손, 기쁨의 연속 등 다양한 꽃말을 지니고 있다. 어디서나 잘 자라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비롯된 꽃말이 아닐까 싶다. 맥문동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남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일상도 기쁨이 넘쳐나지 않을까 싶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