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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3사 '넛크래커 신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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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3사 '넛크래커 신세' 우려

-LG화학·삼성SDI 세계 배터리 출하량 순위 동반 하락
-안정적 공급처 확보한 일본·중국 배터리 업체 공세에 샌드위치 신세
-국내 업계 "2020년 이후 시장 판도 바뀔 것"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넛크래커(Nut-Cracker:진퇴양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중국의 보조금 지원과 일본의 기술력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산업 전문 리서치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전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일본 파나소닉(23.7%)이 1위를 지킨 가운데 LG화학(8.0%)과 삼성SDI(3.6%)가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2, 3위는 중국업체 CATL(20.2%)과 BYD(12.4%)가, 5위는 일본업체 AESC5.0%)가 각각 차지했다.
LG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위에서 올해 4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출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6%늘어나 전기차 배터리시장 평균 출하량(80.8%)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출하량이 21.4% 증가한 데 그쳐 시장점유율이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업계 2위 CATL은 출하량이 130.6% 증가해 시장점유율 20.2%를 기록, 1위 파나소닉(23.7%)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BYD(137.8%), 파라시스(Farasis) (233.4%), 리센(Lishen) (213.2%) 등 다른 중국계 업체들도 출하량 증가율이 세 자릿수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국내업체는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위력을 떨치고 있는 일본 업체에도 밀리는 실정이다. 업계 1위 파나소닉은 중국에 출시된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 출하량을 제외한 비(非)중국산 배터리 시장에서 전년 1~10월 40.7%이던 시장 점유율이 51.3%까지 늘어났다. 반면 2위인 LG화학은 23.1%에서 18.0%로 점유율이 5.1%p 하락했다.

삼성SDI는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일본기업 AESC에 시장 점유율 3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한 계단 상승해 6위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이 0.8%p 상승했으나 점유율 2.2%로 아직 시장 내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다.
/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윤수민 디자이너


문제는 국내업체가 일본과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세계 전기차(EV) 브랜드 순위 1위인 미국 테슬라와 독점공급을 맺었다. 파나소닉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 테슬라와 손잡고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중국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단순히 정부 보조금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CATL는 지난 2월 삼성SDI, LG화학 등과 함께 폭스바겐의 차세대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는 기술력에서 중국 업체가 한국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BYD도 ‘중국의 테슬라’라는 별명에 걸맞게 배터리 사업을 기반으로 넓힌 전기차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BYD는 지난해 1위였던 도요타를 꺾고 올해 세계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아직 기술력은 미흡하지만 배터리를 곧바로 자사 완성차에 공급하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췄다.

국내 업계는 현재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본격화되는 2020년 이후에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국내업체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는 2020년이 향후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과거 반도체 시장처럼 기술력에 우위를 점한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들이 그동안 중국 내 얼마만큼 판로와 기술력을 확보 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 두 가지 문제가 향후 국내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