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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엘·GM·폭스콘 등 글로벌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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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엘·GM·폭스콘 등 글로벌기업 구조조정

경제한파 속 대규모 정리해고 발표 …비핵심 자회사 매각도

화이자, 바이엘, GM, 폭스콘 등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화이자, 바이엘, GM, 폭스콘 등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최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올해 글로벌 경제는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9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한 곳도 없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화이자, 바이엘, GM, 폭스콘 등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화이자, 2019년 2월까지 전체 인력 2% 감축


지난 10월 중순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인력 조정을 통해 기업구조를 간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우선 2019년 2월까지 전체 인력 2%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선정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 퇴사와 정리해고 등을 단행할 계획이다. 계획이 실행되면 화이자의 전 세계 직원 9만명 중 1800명이 해고될 예정이다.

샐리 베티 화이자 대변인은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업무의 인력을 줄여 기업구조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해 도약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화이자의 대규모 인원 감축에 대해 2019년 1월 1일부터 최고경영자(CEO)가 이언 리딩에서 앨버트 볼라로 바뀌면서 거대한 제약사를 보다 민첩한 회사로 재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이자의 이 같은 구조조정 계획이 단순하게 비용 절감을 목표로 효율적인 경영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엿보인다. 그동안 화이자는 오랜 사업 기간에 걸쳐 실적이 좋으면 인력을 충원했다가 나빠지면 감축시키는 구조조정 전략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화이자 노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화이자의 구조조정 전략에 대해 "직원을 소모품으로 보는 악습"이라는 지적도 따랐다.

바이엘, 전체 인력 10% 감축…비핵심 자회사 매각도


세계적인 생명과학 기업 바이엘은 11월 말 전체 인력의 10%를 줄이고 비핵심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6월 7일(독일 현지 시간) 미국 종자 기업 몬산토의 인수합병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결과 종자사업과 지원 및 서비스 부문에서 약 1만여명을, 연구개발에서 900명을, 소비자보건 부문에서 11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이 계획에 대해 베르너 바우만 회장은 "제약, 소비자건강, 종자사업 부문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는 성장과 혁신을 이루기 위한 필요 과정"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바우만 회장의 설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미 말과 행동이 틀렸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하필 예로 든 미래 중점 사업 분야가 감축 대상 분야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사실이 공공연하게 확산되면서, 지난 6월 630억 달러에 인수한 몬산토 관련 소송에서 패하면서 안게 된 막대한 보상금 부담과 주력 의약품 판매 둔화 등이 구조조정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GM, EV 경쟁 체력 강화 나서…60억달러 비용 절감


지난달 26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전략을 위한 체력 강화에 나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일부 차종의 생산 중단과 감원을 통해 연간 비용 45억 달러와 설비 투자비 약 15억 달러 등 총 6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절감 비용과 구조조정을 통한 감축을 통해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EV)와 자율주행 차량에 투입하는 인력을 확충하고 자원을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지금까지 줄곧 미래형 차량의 개발 경쟁에 앞서기 위해 손을 써 왔던 바라 CEO로서는 이번 전략을 결정타로 경쟁사를 완전히 제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GM은 내년에 미국 내 적어도 한 개의 도시에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로보택시'의 상용화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알파벳 산하의 웨이모를 제외한 모든 경쟁 업체 중 가장 앞선 것이다.

하지만 다소 뒤늦은 무리한 구조조정과 정치적인 리스크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GM의 이번 전략은 실패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은 감속 또는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픽업트럭과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물론 미래에는 EV가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반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기가 10년 이후가 될지, 20년을 넘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이익률이 좋고 대차 대조표가 건전한 SUV의 수익을 일찌감치 포기한 GM의 결정은 너무 빨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GM이 포기하는 북미 공장에 대해 테슬라 머스크 CEO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서 운영하던 GM 공장 '누미(NUMMI)'를 42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여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머스크는 7일(미 동부 시간) CBS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에서 "GM이 공장을 매각하거나,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 감원·절감 계획 '사실무근'…단 구조조정은 '필연'


11월 말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이 올해 말까지 10만명 감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총 29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나돌았다. 이는 9월 출시한 신형 아이폰의 판매 부진을 통한 주문량 축소에 대한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당시 애플 공급망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던 사실로 인해 소문은 진실에 가까웠다.

그러나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즉시 감원 계획과 비용 절감에 대한 소식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궈 회장은 "매년 실행해 왔던 예산 삭감을 올해는 비교적 빨리 착수했을 뿐"이라며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지라도 연구개발비를 줄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원 감축 계획에 대해서도 "산업 인터넷 학교를 설립해 많은 직원들을 교육시키려고 보내는 것"이라며 감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2월 5일 궈 회장은 중국 샤먼에서 열린 행사에서 재계 경영자들을 향해 "세계 최대의 두 경제 대국(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긴장은 5~10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90일간 서로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휴전'을 선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궈 회장은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이어 궈타이밍 회장은 "더이상 큰 규모만이 유일한 성공 공식이 아닐 것"이라며,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은 더 강력하고 유연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과 열흘 만에 사업 전략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두 견해 중 어느 것 한 가지는 거짓이란 말인가?" 궈 회장이 어느 쪽에 비중을 실을지 아직은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에 건설하고 있는 거대 공장의 장래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며, 그로 인해 궈 회장의 의도를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하는 100억 달러(약 11조2760억원) 규모의 이 공장은 폭스콘이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 주에서 계획한 최신형 액정 패널 공장으로 지난 6월 28일 기공식을 가졌다. 폭스콘이 위스콘신에 거액을 투자해 액정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26일(미국 시간). 당초 세계 최첨단의 '제10.5세대'로 불리는 거대 유리 기판 사이즈를 채용한 액정 패널 공장을 건설할 대형 프로젝트로 구상됐다.

마운트 플레전트의 광대한 부지와 미시간호의 수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주 정부로부터 인가를 얻으며 구체화 된 혼하이의 새 공장은 2020년부터 가동될 계획으로 향후 1만3000명 규모의 일자리 창출이 전망되면서 트럼프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액의 투자 리스크가 표면화되면서 프로젝트 완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액정 공장은 유리 기판과 컬러 필터 외에도 다양한 부자재를 조달하는 공급망이 필요한데,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공급망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액정의 양산에 필요한 부자재는 결국 아시아 지역에서 운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추가적인 비용이 부담이 될 것은 뻔하다.

특히 최첨단 제10.5세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유리 기판 등 주요 부자재 제조업체도 동시에 공장을 건설할 정도의 대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계획 초기부터 "미국에서 대형 액정 공장 가동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폭스콘은 위스콘신 정부로부터 총액 30억 달러(약 3조3807억원) 규모의 보조 계획을 이끌어내는 등 계획은 순탄하게 보였다. 하지만 올해 5월경 "역시 어려울 것 같다"는 견해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폭스콘은 조금씩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또 6월 들어 폭스콘 간부는 위스콘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액정 공장은 6세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10.5세대의 포기 방침이 굳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신 튀어나온 6세대 공장 건설은 2004년에 가동을 시작한 샤프의 가메야마 제1공장과 같은 규모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액정 패널은 대형 TV 전용이 아닌 스마트폰이나 PC, 자동차 전용이라 할 수 있다. 대형 액정에서 중소형 액정의 설비로 변경되면 투자도 대폭 감소하게 된다. 미 조사회사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는 "10조원도 필요없다. 2조~3조원 정도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 대형 LCD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은 '무모하다'라고 평가된 이유는 또 있다. 폭스콘은 이미 중국 광저우에 610억 위안(약 10조원) 규모의 10.5세대 액정 패널 공장을 건설 중이며, 경합을 벌이고 있는 동업계 징둥팡과학기술그룹(京東方科技集団∙BOE)과 화싱광톈과학기술(华星光电技术∙CSOT)도 잇따라 제 10.5세대 공장 건설 계획을 표명하고 있다. 결국 장래 대형 액정 패널의 공급 과잉 문제로 이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LG디스플레이(LGD) 또한 파주에 건설하는 10.5세대 공장의 액정 생산 계획을 동결하고, 유기 EL의 제조에 단일화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따라서 폭스콘이 미국에서 제10.5세대 공장 건설을 강행하는 데 따른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동결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액정 업계 관계자의 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액정 공장 설비의 크기를 줄인다고 해도 공급망이 정비되지 않은 미국에서 액정을 제조하는 '고비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미국에서 액정 공장을 건설하는 폭스콘의 장애물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폭스콘의 거대 구상이 차츰 동결되고 있다"는 사실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궈타이밍 회장이 강력하고 유연한 구조조정을 결심하게 될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