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끝까지 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그것이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자진 탈당 등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그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자기를 밀어내지 말고 함께 입당하자는 말도 했다.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대법원 판결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검찰이 이 지사를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직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지사 징계 건을 논의했다. 회의는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도부는 두 시간 가까이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최고위 소집으로 부처별 내년도 예산 업무보고 일정이 잡혀 있던 홍영표 원내대표와 지역구에 머물던 설훈ㆍ김해영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못 했다.
이해찬 대표는 ‘정무적인 판단이 내려지느냐’, ‘(최고위원들 간) 이견은 없었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홍 원내대표를 비롯해 두 최고위원이 불참했다”면서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마저 듣고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최고위원들 생각도 각각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여론을 고려해 ‘탈당 권고’ 같은 중징계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입장에선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직 법정 공방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징계를 논의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이 대표는 이 지사 문제에 대해 “정무적인 판단을 내리기 이르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재명도 여러 가지 유불리를 따질 것으로 본다. 만약 당에서 탈당 권고라도 하면 안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출당을 추진할 게 뻔하다. 내가 이재명이라면 자진 탈당 후 복당 수순을 밟을 것 같다. 그럼 더 떳떳하지 않겠는가. 당을 물고 늘어진다고 득될 게 있겠는가. 그 판단은 자유지만.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