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이라는 말이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을 말한다. 공항에서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김정호 의원이 그렇다. 나도 그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 그런 의원이 있나해서 찾아 봤다. 지난 6월 재보궐 선거에서 배지를 달았으니 잘 모를 만도 하다. 그런데 바로 유명세를 탔다.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내 페친들도 의견이 갈렸다. 댓글들을 소개한다. 만약 조선일보가 아니고 jtbc나 한겨레, 경향신문 같았으면 이처럼 논란이 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조선일보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도 기자 출신. 약간 과장된 측면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점은 잘못이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물론 김 의원을 나무라는 댓글이 더 많았다. 그게 여론 아닐까. 한 페친은 “제 페북 친구이고 괜찮은 양반으로 생각했는데 신문 기사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페친 끊을까 합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페친도 “공항에서 신분증 검사는 기본입니다. 이에 불응하면 탑승 거절입니다. 내 얼굴이 신분증인데 왠 신분증 검사? 라고 생각하신 듯... ㅎㅎㅎ”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기사를 자세히 보면 신분증을 안 보여준 게 아니고 지갑 속의 신분증을 빼지 않고 지갑 채로 보여줬다고 하고, 국회의원이라고 신분도 밝혔고, 욕설을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딴 배지들이 특별 출입구로 마구 다닌 것과 비교하면, 김성태씨가 그런 적이 있고요. 양질입니다. 엄청 욕 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른 배지들이 한 짓거리에 비하면요.”라고 두둔성 댓글도 올라왔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도 따금하게 일침을 가했다. 오 의원은 "공항 직원이 신분증 꺼내 보여달라고 하는 게 갑질이 아니라 내가 배지 달고 국토부 산하 공항공사를 소관하는 국통위 소속 국회의원인데 몰라보냐고 하는 생각 자체가 갑질"이라며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온지 몇개월이나 됐다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김 의원이 백 번 잘못했다.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 그리 어렵나. 잘못 했다고 하면 될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 대신 노이즈 마케팅은 성공했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