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춤문화유산委, 은방초 선생의 '회상' 명작무 제15호 지정

공유
4

춤문화유산委, 은방초 선생의 '회상' 명작무 제15호 지정

한국 무용계의 산증인 은방초 선생.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무용계의 산증인 은방초 선생.
한국무용협회(이사장 조남규)가 올해 초 발족한 춤문화유산콘텐츠발전위원회(위원장 차수정)는 한국무용가 은방초(86, 본명 은종협)의 '회상'을 명작무 제15호로 지정했다. 은방초는 1950~1960년대에 국립무용단의 인기 상종가의 주역 남성무용수였다.

인증식은 지난 12월 7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2018 대한민국 무용인의 밤' 시상식에서 있었다.
명작무 지정은 중요무형문화재나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해 전승·보존되지 못한 전통무용을 대상으로 한다. 은방초는 1978년 국립무용단을 용퇴하고 미국 디트로이트로 떠난 지 40년이 된다. 간간이 공연관계로 서울에 오긴 했지만 1979년부터 시카고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무용가는 귀국하여 자신의 작품을 명작무로 지정해준 무용계에 고마움을 표했다.

은방초 선생(왼쪽)과 그의 수제자 서영님.이미지 확대보기
은방초 선생(왼쪽)과 그의 수제자 서영님.

'타고난 춤꾼' 은방초는 1951년 서라벌 예대 1회 졸업생으로 신무용계의 한 축을 담당한 무용가다. 1953년에 은방초 무용학원을 설립했고, 1962년부터 국립무용단 창단멤버로 제1회 공연부터 무대에 섰다. 1973년 '별의 전설'(안무 송범)에서 견우, 1975년 '심청전'(안무 김백봉)의 심봉사, 1976년 '원효대사'(안무 강선영)에서 대한대사로 출연하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열다섯의 나이에 무용계에 입문, 한국에서 화려한 남성무용수 시절을 보냈던 그는 시카고에서 화재를 겪기도 하였고, 30여 년간 은방초 한국무용학원을 운영하면서 우리 춤과 전통을 알려왔다. 팔순을 넘기고 나서야 로렌스 길에서 무용학원을 정리하고 풀라스키 노인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는 덕성여고 교사를 거쳐 20년간 서라벌예대(중앙대와 병합) 교수를 역임했다.

지난 5월 1일 은방초 선생의 수제자인 서영님(무용예술원 대표, 전 서울예고 교장)이 중심이 되어 한국에서 '은방초춤보존회'가 설립됐다. 보존회는 여성보다 더 섬세하게 춤을 추며 영혼을 판 남성무용수 은방초의 춤을 복원, 발굴하여 널리 알리고 후학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의 춤은 자신의 '인생의 사계'를 주제로 혼이 실린 내공의 춤을 추어왔다.

이미지 확대보기

신무용의 만개를 알린 '공작춤', '무당춤', '알쏭달쏭' 등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무대화한 은방초의 춤은 대중친화적인 안무적 구성, 독창적 리듬감, 춤사위와 디딤을 갖고 있다. 그의 분신인 서영님은 은방초의 기본 레퍼토리 외에도 장고춤, 수건춤, 살풀이춤, 공작춤을 기본으로 한 '열어지어다 열어지어다, 하늘 문이여', 장검무에 바탕을 둔 창작춤 '성조황고(聖祖皇姑)의 칼-신성한 황제의 혈통을 이어받은 여인, 선덕여왕' 등으로 선생의 춤을 복원하고 있다.
은방초 선생을 사랑하는 사람들(뒷줄 왼쪽부터 박선욱(광주여대 교수),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 채상묵(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양종승(문화재 위원) 이명자(태평무 전수교육조교), 김근희(경기검무 예능보유자),이현자(태평무 전수조교), 그레타 리(의상 디자이너), 앞 줄 왼쪽부터 앉은 김문숙(예술원 회원), 은방초, 김백봉(예술원 회원)이미지 확대보기
은방초 선생을 사랑하는 사람들(뒷줄 왼쪽부터 박선욱(광주여대 교수),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 채상묵(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양종승(문화재 위원) 이명자(태평무 전수교육조교), 김근희(경기검무 예능보유자),이현자(태평무 전수조교), 그레타 리(의상 디자이너), 앞 줄 왼쪽부터 앉은 김문숙(예술원 회원), 은방초, 김백봉(예술원 회원)

은방초 선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양선희(세종대 무용과 교수), 은방초, 이현자(태평무 전수조교), 서영님(은방초춤보존회 회장, 전 서울예고 교장)이미지 확대보기
은방초 선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양선희(세종대 무용과 교수), 은방초, 이현자(태평무 전수조교), 서영님(은방초춤보존회 회장, 전 서울예고 교장)

서영님은 네 살에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은방초 무용연구실을 찾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은방초 선생으로부터 ‘공작춤’ ‘장검무’ ‘회상’ ‘장고춤’ ‘알쏠달쏭’ ‘오고무’등을 배웠다. 스승에 대한 보은으로 은방초 선생과 공연(2001년, 2003년)을 했으며, 은방초의 춤인생을 정리한 '영혼을 판 춤꾼 은방초'(2005)를 펴낸바 있다. 또한 '은방초 춤의 미적 가치와 현대적 수용'(2013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미지 확대보기

서영님 자체도 한국 전통무용의 소중한 춤 자산이 되어있다. 서울예고, 이화여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무용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파 춤꾼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최현 우리춤원상임이사, 우리춤협회부이사장역임 한국전통춤협회국제교류분과위원장역임, 우봉이매방전통춤보존회이사, 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특별위원님 무용원대표 등으로 은방초춤보존회운영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다. 늦은 나이에 구순을 향해가는 스승과 스승의 작품을 기리는 일은 흐뭇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은방초 선생의 춤이 기억되길 바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