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휘둘렸다. 완패다. 한국당에 논리력을 갖춘 싸움꾼이 없다. 그러니 이길 수 없다. 말에서도 임종석·조국에 밀렸다. 야당에게 이번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부터 준비가 덜된 상태로 나왔다. 다른 위원들도 도긴개긴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부는 무차별하게 민간인을 사찰하면서 자신들의 실세 비리 의혹은 묵인한다"며 "현 정부는 정의를 앞세운 양두구육(羊頭狗肉: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의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강효상 의원도 "청와대는 미꾸라지 연못으로, 조국 수석은 김태우라는 미꾸라지(가 가져온) 정보로 톡톡히 장사를 했다"면서 "국민들은 김태우가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대한민국 미꾸라지가 아니냐고 개탄한다"고 거들었다.
야당은 증거를 들이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깜짝 놀랄 만한 물증을 제시해도 반박할 판인데 말로만 몰아붙이니 쉽게 받아넘겼다. 둘은 “아니다” “몰랐다”고 받아쳤다. 야당은 여기에 또 반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면장도 알아야 한다. 둘은 학습을 철저히 하고 나왔고, 야당은 준비가 덜된 상태로 맞붙었다. 그럼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김태우 사건의 본질은 3비 커넥션인데 '비리 기업인'을 스폰서로 두고 정보 장사를 했던 '비리 공직자(김 수사관)'가 쏟아내는 음해성 내용을 '비토 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붓고 있다"면서 "몸통은 한국당"이라고 반박했다. 권칠승 의원도 "블랙리스트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지원 배제 계획을 세우고, 정부 조직을 동원해 치밀하게 실행 옮겨야 하며, 민간사찰은 평소 동향을 감시할 목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 관리한 것"이라며 "(한국당은) 침소봉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전투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전사(戰士)도 양성해야 하는데 순한 양만 키웠다.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에는 싸움꾼이 많다. 야당도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여당에도 실망하고 있지만, 야당 역시 믿지 못하고 있다. 그것 또한 자업자득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