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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본의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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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본의 엄살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미국인들은 한때 뭐든 일이 잘 안 풀리면 “오바마 때문이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 탓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최저임금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경영난을 겪는 이유로 꼽힌다. 과당경쟁과 근접출점에 따른 매출 감소가 아니다. 명동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것도 전국에서 제일 비싼 땅값이 아니라 최저임금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 생존마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자본주의적으로 따져보자. 노동자를 생산 설비로 보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놓은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 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비혼 단신근로자의 지난 2017년 실태 생계비는 평균 약 193만400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한 올해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이다. 2년 전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 생계비보다 약 20만원 적다. 기계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지비가 모자라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계가 오래 버틸 가능성은 만무하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제기된다. 자본의 편에 선 이들은 언제나 엄살을 피웠다. 파업이 허용되면, 아동 노동 착취를 금지하면, 여성과 흑인에게 남성과 같은 임금을 주면 기업은 망한다고. 이런 제도가 도입된 뒤 경제는 성장했다.

부작용은 자본가의 생각처럼 최저임금이 억눌렸을 때 나타났다. 출산율 감소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2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2017년 출생아는 35만7771명으로 2015년(43만8420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미래의 노동자이자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일갈했다. “1년 동안 일해서 버는 1만5000달러(약 1677만원)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가? 그럼 가서 해보라.”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