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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칼럼] ‘전두환 스타일’ 택시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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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칼럼] ‘전두환 스타일’ 택시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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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전두환 정권은 언론을 살벌하게 통제했다. 규제일변도였다. “이런 기사는 보도하지 말 것, 저런 기사도 보도하지 말 것” 하면서 일일이 참견했다. 언론은 비판 기능을 잃고 있었다. 소위 ‘보도지침’이었다.
그렇지만 군사정권이 간과하는 게 하나 있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기사만큼 심하게 간섭하지 않았던 것이다. 언론은 휘청거리는 경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당시 경제는 엉망이었다. 이른바 ‘장영자 사건’으로 대변되는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었다. 물가도 치솟고 있었다.

경제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전두환 정권은 마침내 경제기사에도 ‘지침’을 내렸다. 그 방법이 희한했다. 가격이 올랐을 때 ‘인상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름값을 ℓ당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렸다면, ‘인상률’은 당연히 50%다. 언론은 “기름값 50% 인상”이라는 제목으로 가격 인상 소식을 보도했다.

군사정권은 그게 못마땅했다. 한꺼번에 50%를 올렸다고 보도하면 국민에게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50%를 인상한 것이 아니고, 50원을 올린 것으로 쓰도록 강요한 것이다. 결국 언론은 “기름값 ℓ당 50원 인상”이라고 보도해야 했다.

물가 관련 기사는 모조리 이런 식이었다. 시내버스 요금을 40원에서 60원으로 올렸다면 20원이 오른 것이었다. 50%가 오른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당시 신문을 뒤져보면 “정부는 ×월 ×일 자정을 기해 ○○가격을 △△원씩 인상했다”는 기사를 제법 발견할 수 있다.

군사정권이 이런 기사를 강요한 이유는 뻔했다. 국민의 물가에 대한 불안감을 고려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정권에 타격을 받을 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정치’를 잘하는 군사정권인 만큼 ‘경제’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었다. 군사정권은 국민의 눈을 이렇게 억지로 가리고 있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이고 있다. 택시요금 인상이다. 빠르면 이달 말부터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800원 인상된다는 게 그렇다. 심야 할증시간대의 기본요금은 3600원에서 4600원으로 1000원이 오른다고 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800원, 1000원 인상이라면 그까짓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상률’로 따져보면 만만치가 않다. 기본요금의 인상률은 26.7%, 할증요금은 27.8%나 되는 것이다.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 1.5%와 비교하면 자그마치 18배나 되는 ‘엄청난’ 인상률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거리∙시간 요금도 ‘축소조정’된다고 했다. 그럴 경우, 인상률은 ‘+α’다. 인상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는 ‘몇 % 인상’이라고 ‘인상률’을 정확하게 계산했는데, 택시는 달랑 ‘기본요금 800원 인상’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얘기는 좀 한가했다. “5년 만의 인상이다”, “심야 할증시간대의 기본요금을 당초 요구한 것보다 800원 깎았다”는 등이다.

게다가 정부가 버스요금까지 올리도록 했다는 소식이다. 시민들은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게 생겼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