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용은 방송에 직접 출연해 고발했다. 여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어제 저녁 신유용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신유용은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까. 선수 자신도 그렇지만 부모님 등 가족들의 고통 또한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성폭행은 여러 사람의 가슴을 찢어 놓는다. 특히 어린 나이에 당하면 후유증이 심각하다.
다름 아닌 성폭행 때문에 그 좋아하던 유도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그는 “체중을 못 맞추고 못 뺀다 해서 유도 기술 ‘굳히기’를 사용하면서 기절을 수차례 시켰다”고 했다. 성폭행 당시에는 코치가 자신을 힘으로 제압했다고도 했다.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쳐도 그 힘을 뿌리치지 못했고 그 사람이 손으로 제 입을 막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폭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코치는 돈으로 신유용을 회유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코치가 “돈으로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순 없겠지만 받아줄 수 있겠냐”라는 식의 말을 하며 500만원을 건넸고, 돈으로 회유한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를 고소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신유용은 “제가 눈물이 나고 하니까 코치가 ‘너 이거 어디 가서 말 할 거야? 미안해, 내가 너 좋아서 그랬다’(고 말했다)”고 했다.
코치의의 성폭행은 신유용이 만 16세이던 고등학생 1학년 시절부터 이어졌다. 코치 숙소 청소 전담을 하던 중 코치 호출에 불려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 이런 성폭행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20여 차례 이어졌다고 했다. 악마 같은 코치가 지속적으로 선수를 농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여자 선수들을 맡길 수 있겠는가.
신유용과 심석희의 미투 폭로는 체육계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코치나 감독들이 반성해야 한다. 잘 지도하고 가르쳐야 할 어린 선수들을 노리개로 삼는다는 게 될 말인가. 성폭행의 악몽은 평생 간다고 한다. 입장을 바꿔 놓으면 답이 나온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체육계 전반에 정화운동이 펼쳐졌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