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17일(현지시각) 미행정부의 제재에 이어 미 의회가 화웨이, ZTE 및 기타 중국 통신장비업체에 대해 미국 반도체 부품 판매를 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미연방검찰이 T모바일의 전화테스트로봇 기술을 훔친 화웨이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제안된 법안은 미국에서 제조된 칩 및 기타 부품은 화웨이, ZTE 및 미국의 금수 및 수출통제법을 따르지 않는 다른 중국통신업체에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법안은 16일 제출됐다. 이날은 미 연방검찰이 화웨이에 대한 범죄 조사 계획을 발표한 날과 겹친다. 검찰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 이통사 T모바일의 "미스터 테피(Mr. Tappy)"로 불리는 전화테스트로봇 관련 기술비밀을 훔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모바일은 화웨이의 절도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480만달러(약 54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이 초당적 법안에는 톰 코튼 미 상원의원,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이상 공화당), 크리스 밴 홀렌 상원의원, 루벤 갈레고 하원의원(이상 민주당) 등이 서명했다. 법안 발의소식은 중국 정부관리들의 거센 반발을 촉발시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법안을 "히스테리(병적 흥분)"라고 불렀고 미국 의원들은 법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 (공화당 아칸소주)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는 인민해방군 출신 엔지니어로서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의 효율적인 정보수집 하수인이다. 화웨이와 같은 중국 통신장비회사들이 우리의 수출제재나 수출통제법을 위반하면 이 거부명령에 제시하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ZTE가 휴대폰이나 통신장비의 백도어 수법을 이용해 중국정부에 비밀정보를 전송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 주 초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이를 부인했다.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캐나다에 억류돼 있다. 그녀는 미국당국으로부터 화웨이와 이란 및 시리아 간 사업을 은폐하기 위한 은행 사기죄 혐의로 기소됐으며 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란과 시리아는 미국의 제재대상국이다. 두나라의 관계는 미·중 무역전쟁속에 더욱 꼬여가고 있다.
ZTE는 사업 일부를 중단해야만 했고, 결국 금수조치 해제에 따른 조건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타결조건은 ZTE가 10억달러의 벌금을 물고, 향후 징벌에 대비한 비용으로 4억달러를 미국정부에 예치하며 이사회를 바꾸며 새 임원들을 고용하는 내용이었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