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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새해 인사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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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새해 인사하셨습니까?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연말연시 새해인사를 보내고 받느라 평소보다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잦아지고 길어졌습니다. 오랜만에 건네는 인사가 반갑기도 하고, 형식적인 메시지 홍수에 피곤하기도 합니다. 새해가 20여일 지난 지금, 여러분은 누구의 새해 인사가 기억에 남습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누구에게, 어떻게 새해 인사를 전했습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새해 인사가 있습니다. 바로 신년사입니다. 대통령, 대기업의 수장, 각기관의 리더는 신년 인사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낭독하거나 게재합니다. 신년사를 보면 리더가 다가오는 일년 동안 무엇에 중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고자 하는지, 구성원에게 무엇을 당부하고 싶은지 알 수 있습니다.
자기 리더의 신년사는 자신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중요한 메시지이기에 누구나 관심을 갖습니다. 언론은 국민들의 관심을 대표해 주요 리더들의 신년사를 종합하고 분석합니다. 글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다양한 글을 쏟아냅니다. 분야 별 리더들의 신년사를 종합하여 한 해를 전망하기도 합니다.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리더들에게 신년사는 관례적인 의무 사항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국민들은 대통령의 안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걱정이 될 것이고, 부정적 추측이 난무할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요 기업과 기관의 대표가 신년사를 내어놓지 않는 경우,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우려할 것은 당연합니다.

며칠 전, 모 기업의 직원이 계열사 대표의 신년사를 보여주며 부러움을 표했습니다. "여기 대표님은 이런 거 참 잘해. 우리 대표님은왜 안하나 몰라. 주위 직원들도 대표님이 무슨 생각 하시는지 궁금해 한다고."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전달되었다는 신년사의 형식은 일반적이었습니다. 지난 해 구성원의 수고에 감사를 전하고, 전년도 성과에 대해 정리합니다. 그리고 새해 강조하고 싶은 사항과 주요 방향성과 함께 새해에도 노력을 부탁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진솔하고 쉬운 말들로 적은 문체가 직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대표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직원의 대표 또한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원들 앞에서 신년전략을 직접 프리젠테이션 했다는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도 앞선 계열사 대표 신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감사의 인사로 시작해 올해 중점을 두고자 하는 사안을 이야기하고, 감사와 당부의 인사로 마무리했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메시지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있습니다. 말은 흩어지고 글은 남습니다. 앞서 글로 전한 신년사 메시지는 글자 그대로 구성원에게 남았지만, 전략발표에서의 대표 인사말은 흩어지고 전략 키워드만 구성원에게 남았습니다.

그나마 어떤 메시지라도 전달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만, 아직 아무 말이 없는 리더도 있습니다. 신년 인사 운영 계획을 구상 중인 담당자를 만났을 때입니다. 담당자는 저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지, 다른 회사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담당자에게 CEO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인지, 회사의 현안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CEO의 공식적인 발표도, 자신의 상사에게 전달받은 메시지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 날 미팅은 서로 답답함을 안고 끝났습니다. 니즈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 아무 솔루션이나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새해 인사를 글로 전한 리더, 말로 전한 리더, 아무 메시지가 없는 리더가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어떤 조직이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어느 조직의 리더가 구성원에게 더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요? 아니, 여러분이 구성원이라면 누구에게 더 신뢰가 가겠습니까?

여러분은 새해 인사 하셨습니까? 구정이 남았습니다. 미처 인사를 못 전한 리더들은 남은 시간과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