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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법인카드 한국사회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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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법인카드 한국사회의 몰락

편집국장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 거의 모두가 이런 말을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앙은 절대로 하나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금의 화불단행의 형국 아닐까? 그렇기에 해법도 정교해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한 자영업자는 최근의 침체 이유 중 하나로 주 52시간제 시행을 꼽았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대기업들은 주 52시간제를 이유로 얼씨구나 하고 야근을 대부분 없앴다. 야근을 없애자 야근비로 회사 주변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풍경이 사라졌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직원 복리 후생 차원에서 법인카드를 지급해 부 회식비, 저녁식사비, 비품구입비를 지출하도록 했다. 야근이 없어지거나 시간이 단축됐으니 법인카드 쓸 일이 없어지고 대기업 주변 식당가는 어쩔 수 없이 일찍 문을 닫아야 한다.

대기업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기업 직원과 자영업자는 나이며 우리의 부모형제이며 소비자다. 그들의 소득이 줄면, 대학생 자녀들도 씀씀이를 줄이는 게 당연하다. 그것이 오늘날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실체다. 식당을 하는 한 사장님의 말을 빌자면 ‘법인카드’ 경제의 몰락이다.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너무 뼈아픈 일이다.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제도이지만 결과는 이처럼 우리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이 한겨울 우리는 뼈저리게 느낀다.

어디 52시간제뿐이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하라니 대기업들은 채용을 않는다. 대기업 들어가는 문은 문자 그대로 ‘좁은문’이요 ‘취업 지옥문’이 됐다. 대기업 들어간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고 들어가봐야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문을 들어가지 않으면 저임금 실업자로 살아야 하는 청춘남녀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강사법으로 통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도 마찬 가지다. 시간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주고 이들의 임용기간을 최장 3년까지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4대 보험 보장,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 등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강사법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국립대에 217억원, 사립대에 71억원 등 288억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대학 측은 정부 지원금만으로 7만여 명의 강사 처우개선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새 학기를 앞두고 시간 강사들을 해고한다고 한다.

주택공시가격 현실화도 그렇다. 가격이 올랐으면 그것에 걸맞는 세금을 내도록 조정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평가한 주택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주택 소유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주택소유자들은 자영업자이고 내 부모형제이며 직장인이며 소비자들인데 그들이 돈을 안쓰니 결과는 불을 보듯 훤하다.

어떤 사안이 됐든 결과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장 큰 정부와 기업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 결과란 다름 아닌 취약계층이 더 취약해진다는 사실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의 모든 책임 즉 대량해고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 그리고 그 종사자들이 짊어지는 게 현실 아닌가. 자영업자 700만명, 고용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점점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다.

그렇기에 즉효를 내는 만병통치약을 찾아서는 안 된다. 백방을 다 써야한다. 흠결이 있는 제도는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그것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수출전략회의를 가질 만큼 경제를 혼자 이끌어온 수출이 흔들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한국의 제 1 교육상대국인 중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은 한국경제에 큰 재앙이 닥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을 왜 모르는가?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