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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양승태 구속, 안태근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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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양승태 구속, 안태근 법정구속

사법사상 초유의 일, 검찰 황태자의 수치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2019년 1월 23일은 법원과 검찰 모두에게 치욕스런 날이 될 것 같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 25년 후배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 검찰내 황태자라고 할 수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도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둘 다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 전 원장은 24일 새벽 구속됐다. 이날 새벽 1시 57분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됐고 사안이 중대하며, 수사경과와 피의자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을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극심한 사법 불신을 낳은 반헌법적 행위의 주도자로서 혐의의 중대성이 그 어느 사건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그가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해온 만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도 고려했을 듯 하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영장 발부보다 기각 가능성을 더 높게 점쳤었다. 구속 영장이 발부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안 전 검찰국장의 법정구속으로 검찰도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혐의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갈 터. 안 전 국장도 법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 같은 선고 결과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당초 검찰 관계자들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점치기도 했었다. 어쨌든 1심은 이렇게 결론났다. 검찰의 수치다.

검찰국장은 법무부의 최고 요직이다. 검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쳤으면 하는 자리다. 법무부차관보다도 더 탐낸다. 그래서 동기 중 선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역대 서울지검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자리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검찰국장-서울지검장-법무차관-총장 또는 장관의 출세 코스로 통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못하지만 여전히 힘 있는 보직이다. 검찰의 인사 실무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서지현 검사를 추행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던 상황에서 검찰 내외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의 보직 관리에 장애가 있을 것을 우려해 인사 불이익을 줄 동기가 충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비위를 덮으려 지위를 이용해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로 불이익을 줬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추행 및 인사 불이익을 모두 인정한 셈이다.

양승태의 구속과 안태근의 법정구속. 둘다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사법부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 치욕스럽더라도.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