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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설날, ‘낯설어서’ 설, 아니면 ‘서글퍼서’ 설, ‘한 살 더 먹는다 해서’ 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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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설날, ‘낯설어서’ 설, 아니면 ‘서글퍼서’ 설, ‘한 살 더 먹는다 해서’ 설인가?

김형근 편집위원
김형근 편집위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근 편집위원] 음력 1월 1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그런데 설은 어디에서 왔을까? 설이 언제 어디에서 유래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순 우리 말이다. 한자로는 원일(元日), 세수(歲首), 연시(年始), 연두(年頭)라고도 한다. 연두교시(年頭敎示)는 모든 나라 대통령이 새해에 국민들한테 보내는 아주 새로운 메시지다.
한자 그대로 모두 한 해의 첫날을 의미한다. 설이란 묵은 해를 떨쳐 버리고 새해를 맞는 날이라는 뜻이다. 설이라는 단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가장 그럴듯한 견해가 있다. 우선 하나는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에서의 '살'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니 “한 살 더 먹는다”의 그 살이 설로 됐다는 이야기다.

일부 국문학자들은 '살'이 '설'로 된 것인데 대해 '머리'가 '마리’(짐승이나 물고기, 곤충을 세는 단위)에서 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렇게 유추한다. 언어학에 모음교체(母音交替)라는 것이 있다. 상반된 두 모음이 서로 바뀌어 의미 분화를 주는 낱말들이 있다. 모음 ㅏ가 ㅓ로 바뀌어 뜻이 분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갓이 겉, 맛이 멋으로 변한 것도 같은 이치다.

다른 견해도 있다. ‘장이 선다’ 와 같이 쓰이는 ‘서다’의 '서'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니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새해부터는 담배나 술을 끊겠다, 운동을 시작하겠다 등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설다(제대로 익지 않다)', '낯설다,' '설 어둠(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어둑어둑한 때)'과 같은 ‘설'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니 아직은 완전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설날을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자면 삼가고 조심해야 하는 날이라는 의미다. 그래서'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 '섧다'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다. 이날은 새해 첫날이기 때문에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심해야 할 낯선 날이라는 의미다. 오늘날 섧다는 ‘슬프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서글프다는 해석도 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또 다른 명절인 추석과 비교하면 말이다. 추석은 일종의 축제일이다. 풍성한 가을 수확 뒤에 오는 기쁜 마음으로 즐기는 일종의 파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날은 축제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설은 오히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날이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설은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몸가짐에 그릇됨이 없도록 조심하는 날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자신을 추리고 다시 생각해 본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아마 추석과 설이 다른 점이 아닐까? 가을의 추석과 같은 축제가 아니다. 새로운 각오를 해야 되는 것이 설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해의 시작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