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변호사가 단독으로 나왔을 리 없다. 박근혜에게 사전에 귀띔이라도 했을 터. 따라서 유 변호사의 말에서 박근혜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을 듯하다.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 등 민감한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박근혜가 구치소에 있어도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태극기 부대 등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친박'이 아니라는 점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친박’ 여부는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을 통해 여러번 전해왔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만 밝힌 거절 이유는 방송에서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배신감(?)을 토로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의 황교안에 대한 섭섭함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직후부터 허리 건강 때문에 책상과 의자를 반입해 달라고 교도소 측에 몇 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됐을 때도 책상과 의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같은 예우를 원했지만 반입이 안됐다는 것. 유 변호사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7년 7월 21일에야 책상과 의자가 반입됐다고 말했다.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으면서 그것마저도 외면했다는 뜻이다.
유 변호사의 이 같은 발언으로 황교안에게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배신자 낙인을 씌우려는 것 같다는 분석도 한다. 골수 박근혜 지지자들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친박 지지 성향의 표가 홍준표나 오세훈, 그밖의 당권주자들에게 간다는 보장도 없다. 황교안 말고는 대안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정치다. 박근혜가 유 변호사를 통해 계속 메시지를 내놓을 공산도 크다. 옥중정치를 하기 위해.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