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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베트남, 쓰레기와의 전쟁 …분리수거 안돼 썩은냄새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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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베트남, 쓰레기와의 전쟁 …분리수거 안돼 썩은냄새 진동

환경단체, 정부 주도의 강력한 유인책 촉구

베트남은 아직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썩은 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은 아직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썩은 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지난 며칠간 하노이에서는 이른바 '쓰레기 전쟁'이 일어났다. 환경단체들이 쌓여만 가는 쓰레기를 보며 정부에게 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음식물과 생활쓰레기, 재활용품 등의 구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더워지면 거리 곳곳에서 쓰레기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입장에서 관광객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호찌민에서는 일부 지역에 한해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조항은 아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이행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정부주도하에 강력한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에너지 및 환경전문가인 응우웬 당 안 튀(Nguyen Dang Anh Thi) 역시 그들중 한명이다.

그는 베트남 최대 언론사인 브이앤프레스 기고를 통해 "나는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사태가 재발하는 걸 방지할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비판에 동참했다.

베트남의 에너지 및 환경전문가 응우웬 당 안 튀.
베트남의 에너지 및 환경전문가 응우웬 당 안 튀.

다음은 그의 기고 내용이다.

인터넷에서 '매립장앞에서 쓰레기차 막기'를 검색하자 29만 건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수년간 환경 단체들이 베트남 전국의 주요 도시와 지방에서 '매립장앞 쓰레기차 막기' 활동을 벌였다. '쓰레기차 막기'와 같은 시위 활동이 그렇게 활발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해 나의 딸은 캐나다 밴쿠버의 한 유치원에 입학했다. 딸이 집으로 가져온 첫 번째 '숙제'는 집안 쓰레기 분리 수거였다. 딸은 벽에 분리수거 지침을 붙이고, 우리 부부와 부모님에게 쓰레기를 재활용품, 비료용품, 폐기품 등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딸 아이는 지금까지도 집안의 '환경 감시관' 역할을 수행하며 가족들이 지시한대로 쓰레기를 분류하는지 감독하고 있다.

이처럼 캐나다에서는 유치원 시절부터 환경 교육을 시작하고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한다.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프라 건설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밴쿠버와 21개 위성 도시를 포함한 지역에서 배출한 생활 쓰레기는 수거, 운송, 재활용, 처리, 처분 단계로 처리된다. 모든 단계에서 환경 보호와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한다. 우선, 유기 폐기물은 비료로, 금속,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은 재활용된다. 재활용할 수 없는 무기 쓰레기는 화력 발전소에서 태워져 전기 생산에 사용된다. 소각장에서 나온 재와 기타 혼합물의 잔류물만 매립한다.

매립지에서 발생한 바이오 가스는 "재생 천연 가스"로 인증받아, 천연 가스보다 고가로 판매되며 전기 발전에 활용된다. 매립지 가스 수집 및 판매 사업자는 주정부가 비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하며 일정 계약 기간 후에 교체된다.

밴쿠버시는 2040년까지 '제로 쓰레기 도시(Zero waste city)'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현재 밴쿠버의 쓰레기 매립률은 37%이나, 2040년에는 이를 0%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도 밴쿠버, 도쿄,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 도시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 관련 내용을 아마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매년 해외를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베트남 최초의 환경 보호법이 발효됐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폐기물 관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활 쓰레기의 약 80~90%가 매립되고 있다.

나는 Vietstar, Seraphin, Tam Sinh Nghia 등의 쓰레기로 유기 비료를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수거한 쓰레기의 50%정도를 매립장에 다시 보내야 한다. 분류되지 않은 채 뒤엉켜 있는 쓰레기를 기계로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원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660개의 매립지 중 69%에 해당하는 455개가 비위생 매립지이다. 455개 매립지는 개방형 매장지이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냄새, 오폐수, 해충을 제거,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상태다.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토지 자원이 점점 부족해지는 반면, 폐기물 관리에 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나 비전없이 방치된 매립지가 많다. 이런 상태라면 '매립지앞 쓰레기차 막기'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내놓은 대책은, 쓰레기 매립지 근처 세대에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는 방안 정도다. 이런 방안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매립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매립지의 수와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쓰레기를 활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분리 수거하면, 각종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할 수 있다.

폐기물을 분류하도록 제도화하고 이를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강력하게 지시, 관리해야 할 때가 왔다. 폭죽 금지나 오토바이 운행시 헬멧 착용 의무화도 정부의 과감한 관리, 감독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