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국민 10% 해외로 떠난 베네수엘라, 마두로 퇴진할까

공유
2

[글로벌-Biz 24] 국민 10% 해외로 떠난 베네수엘라, 마두로 퇴진할까

해외 채권 규모 112조원 …지난 5년간 경제 규모 반감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국가 파탄 직전이다. 어떻게 하면 베네수엘라가 재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국가 파탄 직전이다. 어떻게 하면 베네수엘라가 재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국가 파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경제 규모는 반감했으며, 국민의 10% 이상이 해외로 떠났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바로 마두로 대통령에 있다. 비록 얼마 전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으로 취임을 선언하고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마두로가 권력의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마두로의 권력이 붕괴했을 경우에도 베네수엘라는 기본 기능을 회복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외국 친구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경우 대출이나 투자가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시사했던 것과 같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최선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면 베네수엘라가 재건할 수 있을까?" 이를 전망하기 위해, 베네수엘라가 짊어진 '채무'와 이를 해결하는데 들어갈 '비용', '정치적 플랜', '인플레이션', '미국의 견제' 등에 대해 알기 쉽게 분석했다.

■ 짊어진 '채무', 해결할 '비용'은 얼마?


현재 베네수엘의 해외 채권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약 112조4000억 원)에 달한다. 그중 중국이 가장 큰 200억 달러(약 22조4800억 원)를 차지하고, 러시아 국영 석유사 로즈네프트는 23억 달러(약 2조5852억 원), 브라질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은 7억9500만 달러(약 8936억 원)로 추정된다. 여기에 재판 화해금과 미지급 청구서 등을 포함하면 1400억 달러(약 157조3600억원)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초 연간 150억~200억 달러(약 17조~22조48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던 앙리 팔루콘 후보의 선거 활동 중에 밝혔던 추정액이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민간 투자 외에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베네수엘라 기획 장관을 지낸 미국 하버드 대 리카르도 하우스만(Ricardo Hausmann)은 자금 지원 필요성에 대해 "수년에 걸쳐 600억 달러(약 67조4400억 원) 이상, 아마도 800억 달러(약 89조92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도한 비용에 대해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에는 최대 3000억 배럴에 달하는 풍부한 매장량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채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전히 높은 상태다.

■ 원유 생산량 '급감', 석유 산업도 '혼란'

그러나 풍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채무 변제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2013년 일량 240만 배럴에서, 올해 100만 배럴 미만으로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투자 부족과 숙련된 직원들의 이직이 확대되면서 석유 산업도 혼란에 빠진 상태다. 특히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업계의 전문 지식인보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뭉쳐진 군 당국자들이 석유 산업을 이끄는 임원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가 2013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배럴당 50달러로 가정할 경우 국영 석유 회사 PDVSA는 2년 이내에 8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 점이 베네수엘라의 채무에 대한 변제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배경이다.

과이도의 경제 재생 계획의 핵심은 PDVSA의 재편인데 탄화수소 분야에 중점을 둔 경쟁력 있는 공기업으로 국영으로 머물도록 하면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 의도다. 자료=페트로글로벌이미지 확대보기
과이도의 경제 재생 계획의 핵심은 PDVSA의 재편인데 "탄화수소 분야에 중점을 둔 경쟁력 있는 공기업"으로 국영으로 머물도록 하면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 의도다. 자료=페트로글로벌

■ 공기업 PDVSA 민간 투자 유치 가능할까?


마두로의 정적으로 미국의 주도하에 임시대통령에 오른 과이도는 지난주 '경제 재생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 재생 계획의 핵심내용은 "석유 산업의 민영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의 핵심은 PDVSA의 재편인데 "탄화수소 분야에 중점을 둔 경쟁력 있는 공기업"으로 국영으로 머물도록 하면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 과이도의 의도다.

또한 새롭게 재정되는 법률에 따라, 에너지 부문에 대한 외국 및 민간의 자본을 환영하고, 석유 프로젝트의 출자 비율에서 민간 자금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며, 탄화수소 매장지의 '효율적인 전문 관리'를 감시하는 새로운 규제 당국을 창설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세율을 설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러한 과이도 임시정부의 계획에 관여한 경제학자 호세 토로 하디(José Toro Hardy)는 "(베네수엘라가) 7년 이내에 최대 일량 300만 배럴의 생산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250억~3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한데, 바로 PDVSA 민영화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즉 공기업의 성격을 띤 PDVSA에 대한 민간 자본 투자 유치가 힘든 것으로,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서부터 다소 무리수가 점쳐지고 있다.

■ 과이도가 펼친 계획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지금까지 움직임을 살펴보면, 과이도 임시대통령은 ▲시장 메커니즘과 경제적 자유의 회복 ▲가격 통제의 해제 ▲독립적인 사법 제도의 회복 ▲치안 부대의 비무장화, 그리고 영양실조와 질병의 확산을 가져왔던 ▲기본적인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을 약속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빈곤층 가정에 대해서는 자활할 수 있을 때까지 '직접적인 보조금'도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의 실행에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필요한데, 과이도 임시대통령은 여전히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 방법은?


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올해 1000만%까지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신용이 땅에 떨어진 베네수엘라의 통화 볼리바르를 대신해 미국 달러를 도입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과이도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달러화를 지지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금융기관 등에서) 지원받은 자금에 의지해 안정적인 환율제도를 채택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달러 사용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 대외 채무에 대한 트럼프의 지원은 가능할까?


과이도의 계획은 "공공 재정에 지속적인 길을 보장해주는 재정상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외 공적 채무의 '과감한 구조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대외 채무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상태로 ▲국가나 공공 단체에 의한 채무, ▲수용을 둘러싼 재판의 화해금, ▲미지급 청구서 등 1400억달러(약 157조3600억원)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독자적인 과감한 구조 조정에는 한계가 따르며, 미국을 비롯한 외국 침구들의 도움은 필수라 할 수 있다.

공적 부채 전문가인 리 부케이트(Lee Buchheit) 변호사와 미국 듀크 대학의 미투 글 라티(Mitu Gulati) 교수는,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베네수엘라가 새 정부 아래에서 재기할 때까지 "국가의 자산이 미국의 채권자로부터 압류되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할 수 없는가"를 제안하고 있다.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와 유사한 조치를 이라크에 대해 단행한 바 있어 실행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마두로의 퇴진은 이루어질 것인가?


적어도 당분간은 마두로의 퇴진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군과 치안 부대의 상층부가 과이도보다 마두로를 권좌에 세워 두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이로운 결과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마두로는 퇴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PDVSA에 대한 제재를 통해 마두로 정권은 더이상 식료품과 휘발유, 의약품을 구입하기가 어렵고, 측근과 지지자에게 달러화에 의한 특권적 접근을 제공하기가 어렵게 됐다. 석유는 베네수엘라 외화 수입의 9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활로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군부에 의해 퇴진이 강요당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군사 행동은 선택지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국가 재건에는 아마도 흥미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1980년대에 비교적 쉽게 침공했던 그레나다나 파나마와는 격이 다르다. 또한 최대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 중 하나로, 동일 규모의 인구를 가진 이라크와 비교하기 쉬울지도 모르지만, 국가의 면적으로 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그만큼 부담이 큰 것이 트럼프의 군사 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관건이다.

게다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비교적 쉽지만, 벗어나기는 훨씬 어렵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사 행동은 다른 중남미 국가로부터 신용을 잃고, 다른 지역의 동맹국을 멀리하게 만들며, 나아가 민족주의에 의한 폭동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이유다.

결론은 "베네수엘라의 재건은 오직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금 지원이나 외교적 지원을 통한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재건에 치중하고, 정치와 경제, 군사를 분리해 안정적인 국가 기반을 확립하는 것만이 재건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