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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손석희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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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손석희의 이중성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다"는 말 놓고 해석 분분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다" 손석희가 어제 페이스북에서 한 말이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다 안다. 그런데 손석희를 두둔하는 댓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손석희는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탓이다. 누굴 원망하랴.


손석희가 고립무원이다. 물론 그를 따르는 광팬이 있긴 하다. 그러나 팬들도 대부분 등을 돌렸다고 본다. 손석희 녹취록은 여러 개가 나돌고 있다. 그것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손석희가 어떤 사람인지. 앵커 석에 앉아 있는 그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는 호령을 하다시피 했다. 거기에 맞아 낙마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것이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비교적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에 올라온 댓글을 봤다. 이 신문은 손석희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비판적이다. “너가 남의 프라이버시 파는 건 정의구현이고, 남이 너를 파면 음모고 거기에 관심 갖는 대중들은 관음증이냐” “당신에게 주어진 힘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위한 힘이지,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생산하라고 쥐여준 힘이 아니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손석희도 말 못할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럴 때 한마디 충고를 해주고 싶다.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해라.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안희정, 김경수 케이스를 보라. 둘은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법정구속됐다. 법은 엄격하고, 정의는 살아 있다. 손석희가 뉴스룸에서 부르짖은 정의를 자기에게도 들이대라. 그럼 답이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앵커로 계속 마이크를 잡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재 JTBC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계속 보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늘도 손석희가 나오나”. 우리 집에서도 8시 뉴스를 시작하면 JTBC를 튼다. 손석희가 나오면 채널을 다시 돌린다.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을까.

나보고 손석희에게 무슨 감정이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석희와 관련해 칼럼을 연재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있을 리는 없다. 내 관점에서 그를 비판한다고 할 수 있다. 손석희도 언론 권력이다. 권력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내가 손석희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국민은 무지하지 않다. 손석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 행간을 읽을 수 있다. 국민은 손석희와 김웅의 결투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김웅 역시 떳떳지 못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김웅보다 손석희가 더 비난을 받는 이유는 뭘까. 정직하지 못해서다.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대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손석희 사건은 언론에도 경종을 울린다. 스스로 엄격하지 않으면 설 땅이 없다는 것을. 그것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