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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무턱대고 먹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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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무턱대고 먹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요즈음 웬만한 가정에 건강기능식품이 3~4개씩은 다 있는 듯하다. 방송매체를 통해서 하도 많이 강조하다 보니 왠지 이런 것을 안 먹으면 큰일이라도 날까 걱정을 한다. 필요에 따라서 선택을 하여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너무 맹신을 하고 방송에서 신체 어느 부위에 좋고, 그래서 건강관리에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약국으로 달려가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약국으로 달려가는 사람처럼 몸에 좋다고 하는 성분들을 모두 다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까! 그것도 많이 먹으면 100살을 훌쩍 넘어 더 오래 살까! 아무리 좋은 성분을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꼭 필요한 영양소가 그것과 함께 필요한 또 다른 성분들과 어우러져야 효과가 있지 그것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기능성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다른 영양소와의 관계를 잘 고려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효과를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의 여러 축구클럽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스카우트 해오면 그 팀이 과연 최강팀이 될까, 하는 문제와도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포지션을 확보해야하는 일이며 다른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호흡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선수들 스스로가 다른 환경에서도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고, 아울러 이들 선수들을 총괄하는 감독의 작전이나 전술이 모든 선수들과 잘 맞아 떨어져야 그 때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의 몸이 지금 그 영양소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필요로 한 영양소가 공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영양소와 함께 중요한 역할들을 하는 다른 성분들도 적절히 함유된 식품을 섭취할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호모시스테인은 우리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체내에서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 때 생겨나는 일시적인 부산물로 활성산소를 더 많이 생성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아미노산인 메싸이오닌은 또 다른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중간체 물질이다. 하지만 메싸이오닌에서 시스테인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이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이 잘못 되어 문제가 생겨 호모시스테인의 양이 늘어나게 되면 혈관질환으로 고생할 수가 있고 혈관 내벽이 손상을 입어 혈전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뇌졸중, 치매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호모시스테인은 비타민 B6, 비타민 B12, 비타민 B9(엽산)을 함께 섭취해주면 한 팀으로 작용을 하여 호모시스테인의 양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들 비타민 B군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호모시스테인이 혈류 속에 쌓이게 되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다른 영양소와의 유기적인 관계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한 예다.

예를 들어, 어떤 식품 속에서 비타민 C를 하나 추출하여 먹는 것보다도 비타민 C와 함께 있는 영양소가 함께 동반되어야 하는데 그런 특징을 가진 식품을 먹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평소 음식을 선택함에 있어 골고루 다양하고 알맞게 섭취하면 건강은 잘 꾸려 나갈 수 있다. 때로는 쓴맛을 내는 반찬들도 먹어야 하는 일이다. 맛이 있다고 맛있는 음식만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도 섭취한 것을 모두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자제하며 음식을 선택하는 훈련이 부족한 오늘날,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문제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식품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