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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금융권 파업…"산업 구조조정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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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금융권 파업…"산업 구조조정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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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최근 잇따라 파업 소식이 들리는 등 금융권의 노사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는 노조가 지난달 하루짜리 일시 파업을 했고, 보험업권과 저축은행업계 등 2금융권에서도 노사 갈등이 첨예하다. 금융 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력 구조가 바뀌고, 인수·합병(M&A)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1·2금융권 노사 갈등 격화…노조 '파업' 카드 꺼내들어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조합원 500명 중 380명이 1차 파업을 했다. 2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는 2018년 임금단체협약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경영진의 무능으로 MG손보가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한다.
MG손보는 2013년 5월 사모펀드운용사인 자베즈파트너스의 ‘자베즈제2호유한회사’가 그린손보를 인수하면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자베즈 펀드의 지분 94%를 새마을금고가 보유하고 있어 MG손보의 실질적인 대주주는 새마을금고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MG손보의 경영 부진에 새마을금고는 4300억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경영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재 MG손보의 경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지급여력(RBC)비율이 86.5%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치인 100%를 밑돌면서 경영개선요구를 받았다. 내달 7일까지 금융위원회에 자본확충 계획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한다. MG손보 노동조합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김동주 MG손보 대표는 마케팅본부장으로 보험 상품을 제조업의 상품 만들듯 매출에만 초첨을 맞춰 손해율을 악화시켰다"며 "MG손보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는 이유는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정상화 요구"라고 밝혔다.

파업이 임박한 금융사도 있다. 현대해상은 그동안 사측이 경영성과금의 지급 기준을 변경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해상 노조는 지난해 말 조합원 투표로 파업 찬성 의견을 이끌어냈고,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사무금융노조 현대해상지부 투쟁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973년 중앙회 설립 이후 46년만에 처음으로 파업 문턱까지 갔다. 노조는 차기 중앙회장 선거로 중단됐던 2018년 임금단체협약을 재진행하면서 노사간의 조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그동안 저축은행들의 경영 개선에도 연봉, 명절 격려금 등 근로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중앙회의 지배구조가 소수의 저축은행에 휘둘리는 왜곡된 지배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행히 막판에 노사 타협으로 파업만은 막았다.

1금융권에서도 노사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임단협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달 하루짜리 1차 경고성 파업을 실시했다. 2000년 이후 19년만의 파업이었다. 이후 KB국민은행 노사는 임단협을 타결하며 갈등이 봉합됐으나 이번에 무산된 노동이사제 도입과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채용 비리에 대한 입장 등 이슈별로 사측과 이견은 계속되고 있다.

◆ 금융 산업 구조조정 계속…비대면 채널 강화·M&A로 시장 재편

이처럼 금융권의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정권 교체로 인해 달라진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사제를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선정하는 등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금융권 전반에 걸쳐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고객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금융권에 전통적인 대면 채널보다는 온라인·모바일 등으로 인해 비대면 채널으로 영업 환경이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금융사 직원들에 대한 사측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지난달 파업에도 일선 영업점은 거점 점포를 운영하며 대비했으나 고객 혼란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경쟁이 심화되는 금융권에서 카드, 보험, 자산운용사 할 것 없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M&A)으로 한순간에 금융사들의 운명이 바뀌는 업계 내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은행이나 증권사 할 것없이 금융권의 희망퇴직 소식이 자주 듣는 뉴스 중 하나가 됐고, 또 노조 입장에서도 그동안 참아왔던 회사 내 부조리한 문제와 경영진의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노무사는 "금융권은 원래 근로 조건 수준이 높은 편인데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문제로 노사간 이해 관계가 대립하고 있다"며 "바뀐 정권의 영향도 있지만 금융산업의 변화로 근로조건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권의 노사 갈등이 지속적으로 벌어진다면 고객의 불안감 확대,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업권을 막론하고 과거보다 노사 대립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과거보다 떨어뜨리는 행위가 나타나면서 고객에서는 불편이 발생되고 향후 금융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금융권의 대립 격화와 변화를 촉진과 신뢰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금융권 노사 대립의 격화가 변화를 촉진시키는데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