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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우리 특별 전용기를 김정은에게 빌려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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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우리 특별 전용기를 김정은에게 빌려주면 어땠을까

열차로 장장 60시간 걸려, 비행기론 5시간이면 충분한데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에 가는 모양이다. 평양서 하노이까지 6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비행기로 가면 5시간. 12배가 더 소요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게다. 언론도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열차를 타는 이유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다. 하노이까지 갈 수 있는 마땅한 김정은 전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여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 김정은이 승용차는 최고급을 탄다. 벤츠 리무진 승용차. 방탄차라고 해도 비행기 가격에는 비할 게 못 된다. 반면 비행기를 구입하려면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북한 입장에선 엄두도 낼 수 없다.
우리나라도 아직 전용기는 없다. 대신 빌려서 전용기처럼 쓴다. 내가 청와대를 출입하던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번갈아 이용했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면 두 항공사 최고 경영진도 함께 탄다. 의전 때문이었다. 아마도 지금은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장기 임대하는 터라 항공사 CEO가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김정은도 전용기가 있긴 하다. 참매1호기. 그러나 기종이 낡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중국에 갈 때도 비행기 대신 열차를 주로 탄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때는 참매 1호가 싱가포르까지 비행했지만 대표단만 탑승했고, 김 위원장은 중국 리커창 총리가 이용하는 전용기를 빌렸다. 한 나라 정상이 남의 나라 비행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참매 1호'는 1980년대에 도입된 구소련제 일류신 기종(IL-62M)이다. 노후화된 기종으로 장거리 비행이 힘들다. 비행 범위는 약 3000마일(약 4828㎞) 정도로 파악된다. 한반도에서 약 4700km 떨어진 싱가포르가 '참매 1호'가 날아갈 수 있는 한계 거리에 위치한 국가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또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워 이번에는 전용열차를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성능 좋은 비행기가 있다면 굳이 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중국에 요청하면 빌려주지 않을 까닭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타는 전용기를 빌려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순전히 내 생각이긴 하다. 중국 측 비행기보다 낫지 않았을까.

물론 우리 측도 통신 등 기밀을 요하는 구석도 있어 흔쾌히 빌려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어야 남북관계도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남북미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세 나라가 함께 가야 진정한 평화를 맛볼 수 있다. 북한이 먼저 비행기를 빌려달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터. 우리가 비밀리에 제안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 전용기도 국격을 읽게 한다. 김정은은 장시가 동안 열차를 타고 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경제성장을 그릴 지도 모르겠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