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전 임직원의 근무 복장을 완전 자율화한다.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착용하는 비즈니스 캐주얼(간편 정장) 수준이 아니라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입고 출근하도록 복장 규정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으론 처음이다. 이미 넥타이를 푼 회사는 적지 않다.
자율복장 제도 도입도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그만큼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장 자율화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답게 변해야 한다”. 정 수석부회장의 지론 중 하나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주도한 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나는 며칠 전 ‘정의선 리더십을 주시한다’는 칼럼을 쓴 바 있다. 그 때는 복장자율화가 알려지지 않았다.
나도 지금 청바지 마니아다. 양복을 완전히 벗어버렸다. 애경사에 참석할 때만 더러 양복을 갖춰 입는다. 회사 행사에도 청바지 차림으로 참석한다. 집에서 할 일도 확 줄었다. 와이셔츠와 양복 바지를 데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내도 좋아한다.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다. 양복은 한 벌에 수십만원씩 하지만 청바지는 2~3만원 짜리도 좋다.
나는 청바지 5~6개를 갖고 번갈아 입는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도 듣는다. 일석이조다. 무엇보다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양복을 입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거기로부터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할까. 생각이 자유로워져야 상상력도 무한대로 발전한다. 복장 변화가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본다.
현대차의 복장 자율화가 다른 기업으로도 파급될 것 같다. 요즘 시대의 대세이기도 하다.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기 바란다. 양재동 현대차 사옥이 청바지 차림으로 바뀔 날도 멀지 않았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