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지금은 다르다. 서울대 출신들도 많이 활동한다. 대표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이수만. 우리나라 가요 산업을 한 단계 올려 놓은 장본인이다.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든 것. 그 뒤로 JYP, YG 등이 만들어졌다. 방시혁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들 회사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현재는 이들을 능가할 정도다.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동안 서울대 졸업식 축사는 유명 학자들이나 고위 공직자, 성공한 기업인 등이 해왔는데, 졸업식에 대중문화계의 유명인사가 축사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13년 입학식 때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가 축사를 한 적이 있다. 방 대표는 이 학교 미학과 출신이고, 이 프로듀서는 농업기계학과 출신이다.
방시혁의 축사도 감동적이었다. 너무나 솔직했다. 그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참가자들에게 분노를 폭발하는 제 모습을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제게는 원대한 꿈이 없는 대신 ‘분노'가 있었다. 분노가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방시혁은 “저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 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또 “제가 종사하는 음악 산업이 처한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그것들에도 분노했다”면서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와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화내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방시혁의 분노는 진행형이라고 한다. 그가 앞으로 어떤 역사를 써나갈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대하는 바가 크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