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최고의 정치평론가다. 대통령 비서실장, 문화체육부장관, 4선 의원의 관록이 묻어난다. 실제로 현역 의원 중 나이도 가장 많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모든 분야에 정통하다. 그만큼 사회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워낙 부지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그 스스로도 요즘 ‘방송인’이라고 할 정도다. 여기저기서 불러댄다.
박지원은 그렇다 치자. 하태경은 뜨는 별이다. 내가 가장 눈여겨 보는 정치인이다. 나름 공부를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슈가 터지면 제일 먼저 논평을 한다. 그런데 그 논평이 걸작이다. 국민이 보더라도 아주 시원하다. 마치 청량음료 같다. 과도하지도 않다. 비유도 적절하다.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아프게 꼬집는다.
하태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빨갱이란 표현은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고 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북한과 협력을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다 바칠 기세"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무차별적인 빨갱이 장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빨갱이 장사꾼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비약을 한다. 이는 대통령이 언급하기엔 불순한 의도가 너무 티가 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은 논리적이다. "냉전이 해체되기 전까지 반공주의는 전세계적으로 강한 정치사상 흐름이었다. 미국도 매카시즘이라는 큰 홍역을 치렀다"면서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반공주의 현상을 문 대통령이 친일로 규정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미국의 매카시도 친일파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촌철살인이다.
하태경은 이외에도 여러 차례 정부 여당을 비판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즉흥적인 비판이 아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면밀히 분석한 뒤 내놓는 것 같다. 보통 정치인과 다른 이유다. 야당 의원이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거기에 멋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박지원과 하태경은 우리 정치의 보배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