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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한국당의 미세먼지와 황사 중국 탓, 근거 없는 동네 골목대장의 만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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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한국당의 미세먼지와 황사 중국 탓, 근거 없는 동네 골목대장의 만용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김형근 편집위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근 편집위원] 느닷없이 극심한 미세먼지가 몰려왔다. 짜증이 난다. 그리고 무섭다. 여의도 63빌딩이 안 보이는가 하면 남산 타워도 삼켰다. 하늘을 가득 메운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이제 봄철의 황사까지 미세먼지에 가세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당은 미세먼지를 현 정부의 탓으로 돌리며 날을 세우고있다. 황교안 대표는 취임 후 첫 최고위원과 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미세먼지가 아니라 문세먼지"라며 청와대를 조준해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발원한 중국에 대해 항의 한번 조차 못할 정도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마 15년 전으로 기억된다. 극심한 황사가 자주 발생해 우리나라를 어지럽혔다. 당시 국내 모 교수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몰려오는 황사에 대해 항의를 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물론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

황사가 중국 정부와 산업체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종의 환경 재해이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 등에 제소를 해 우리에게 그 피해를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게 들리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학자로서 과학적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주장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그 속에는 과학적 환경적 사실 여부를 떠나 중국에 대한 반감이라는 민족주의 정서가 크게 작용하고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꼭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황사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우리의 여론에 대해 불쾌한 중국의 고위 환경청 관리는 이 황사에 대해 환경재앙이 아니라 자연재해라고 분명히 못을 박으면서 우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과학적으로 볼 때 황사는 지극한 자연현상이다. 우리는 종종 '모래 바람'이라는 용어를 접한다. 사막을 주제로 한 명화 '아라비아 로렌스' 등에서 모든 것을 한방에 쓸어가는 모래바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안다. 모래가 뜨거워질 때 건조한 사막에서 대부분 나타나는 모래 태풍이라는 자연현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황사는 중국이 잘못해서 만들어낸 잘못된 환경 재해가 아니라 자연재해다. 수천년, 수 만년 전부터 발생했다. 그리고 건조한 사막은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생겼다. 황사로 인해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중국인들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는 물론 황사와 같은 자연재해는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마치 지구온난화가 한방에 해결될 수 없듯이 미세먼지 또한 마찬가지다. 세월의 축적 속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당은 사건의 전후를 파악하지 못하고있다. 정 그렇다면 한가지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 지금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 규명한 다음에 해야 한다. 어줍지 않게 그저 감정만 앞세울 게 아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공신력 있는 UN을 비롯해 세계 대기 환경 관련 연구소 등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세먼지를 비롯해 스모그 등 대기의 질이 십여 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중국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일부 과학자들은 자동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그리고 우리나라 석탄 사용은 세계 수위를 달린다. 심지어 석탄 남용 때문에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도 벌어지고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민이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유치하게 들릴지 모른다. 우리도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버스 공짜 날"을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민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경각심도 불러일으키도록 말이다. 사실 프랑스와 같은 유럽에서 무모하게 보이는 이 정책을 밀어붙여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는 중국에 항의할 것이 아니라 협력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게 성숙한 외교적인 자세다. 여론몰이를 위해 동네 골목대장의 만용을 부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