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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외국인이 주식 사는 게 ‘호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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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외국인이 주식 사는 게 ‘호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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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지난 2017년 11월,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사이에 5% 넘게 하락한 적 있었다.

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 주가를 주당 2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당시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사업이 이미 정점을 찍어서 주가가 2016년 1월 이후 120%나 올랐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또 D램의 가격이 최고 수준까지 오른 데다,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압도해 2019년에서 2020년까지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조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주가지수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가 단 하루 사이에 36.52포인트, 1.44%나 떨어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증권시장은 이런 수준이다. 외국 투자은행의 보고서 ‘달랑 한 건’으로 증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 증시가 ‘외국인투자자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푸념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지수인 ‘코스피’ 자체가 오르고, 팔아치우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2년 증권시장 개방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껄끄러운 현상이다.

몇 해 전, 증시 개방 20년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분석한 자료가 있었다.

이들은 그 20년 동안 우리 증시에서 52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서 이를 410조 원으로 불렸다고 했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786%였다. 같은 기간 동안의 코스피 상승률 228%의 3.4배나 되고 있었다.

그 20년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배당금으로만 53조 원을 챙겼다. 그랬으니, 외국인투자자들은 순매수한 원금 52조 원을 모두 회수한 채, 우리 증시에서 번 돈만 가지고 느긋하게 투자를 하는 셈이었다.

반면, 속칭 ‘마바라’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주식을 뒤늦게 따라서 매입했다가 이른바 ‘상투’나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증시 개방 이후에 주식으로 재미 좀 봤다는 투자자들은 ‘별로’다.

이랬던 외국 자본이 그 정도로도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까지 참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우, 현대자동차에 배당 대폭 확대는 물론이고 자기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등을 잊을 만하면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를 ‘봉’으로 삼아 한몫 단단히 챙길 작정이다.

지난해 3월에는 외국계 주주가 KT&G 주주총회에서 사장의 연임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사장 연임에 찬성한다는 자료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전달하자, 모두들 이에 따른 것이다.

이런데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 좀 사들이는 것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증시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