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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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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께

이진우 산업2부장(부국장).
이진우 산업2부장(부국장).
[글로벌이코노믹 이진우 기자]

김기문 회장님, 이렇게 언론 지상을 빌어 인사를 드리기는 처음입니다.
먼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 당선을 한 번 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2월 28일 선거날에 잠시 인사를 나누면서 회장님의 중소기업중앙회장 첫 재임 시절인 2008년 5월 전국중소기업인대회 기념식 때 저를 포함해 중앙회 출입기자 몇 명이 회장님 명의의 공로패를 받은 기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아직 그 공로패는 저의 서재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2007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23~24대 회장직을 8년간 연임하셨던 회장님이 4년 만에 다시 중소기업중앙회장직에 도전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두 번이나 중앙회를 이끌었고, 연임 기간에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의 리모델링 증축,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신축 등으로 중앙회의 외형과 위상을 키우고, 노란우산공제사업·홈앤쇼핑 같은 중소기업인 및 소상공인을 위한 내실을 다지는 등 큰 역할을 수행했기에 나름대로 명예가 충분하실텐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을까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회장님은 이번 선거유세 기간에 ▲당당한 중소기업 ▲함께 하는 중소기업 ▲일 잘하는 중앙회를 만들겠다는 3대 공약 슬로건으로 출마의 변을 갈음했습니다.

표준원가센터를 만들어 정부조달물자 입찰 시 중소기업 협동조합 제품이 제값을 받도록 하고,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K-BIZ은행’을 설립해 담보가 아닌 중소기업의 신용과 기술력 위주의 종합금융지원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당당한 중소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대의원인 협동조합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협동조합에 수의계약 배정권을 부여하고, 운영이 어려운 조합에 공동상무제를 도입해 ‘함께 하는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최대현안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주휴수당 등에 업계 목소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일 잘 하는 중앙회’로 거듭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에 조합원들은 회장님에게 ‘3번째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사실 제 개인의 판단으로 김 회장님의 선거공약은 나머지 4명 후보자와 큰 변별력을 띠고 있지 않았지만 세 차례 공개토론회에서 안정적이고 호소력 높은 화술과 유세술로 대의원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는 투개표 결과에서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두 번이나 회장직을 맡았기에 ‘올드 보이(Old Boy)의 귀환’이라는 중앙회 주변이나 일부 언론의 곱지않은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2회 재임의 ‘전직 프리미엄 효과’가 오히려 회장님의 3차례 도전에 거는 기대감으로 반작용했던 것이라고 저는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승자의 공약’은 단순히 당선용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현실적 구속력을 요구합니다. 앞으로 회장님이 펼쳐나갈 사업과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활검(活劍)’이 되겠지만, 반대로 실천 여부와 그 결과에 따라 회장님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는 ‘살검(殺劍)’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당연히 김 회장님이 ‘활검’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다시 활기찬 조직으로 일떠 세울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두 번의 재임 중 치적인 중소기업회관 증축, 상암 중소기업DMC타워 신축, 노란우산공제사업, 홈앤쇼핑 출범 등을 통해 회장님의 ‘활검’ 리더십은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과 달리 우려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음을 김 회장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번 선거기간에 드러난 회장님 측근의 불법선거 사건은 이미 검찰로 넘어가 수사 진행을 좀더 지켜봐야 할 상황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 뒤에 항상 불거지는 불법·부정선거 사례는 사법적 결과에 상관 없이 중소기업 종사자 및 국민들에게 중소기업중앙회에 불신감을 심어주는 반복된 악재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당선 직후 중앙회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보여주신 회장님의 모습을 큰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측근의 불법선거 건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좀더 원칙적이고 의연한 대응을 기대했는데 황망스럽게 자리를 뜨신 행동은 되레 부정적 효과만 낳았다고 봅니다.

또한 앞서 두 번의 재임 기간에 중앙회 내부에선 회장님을 거의 독불장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아시는지요. 이런 ‘독불장군’ 올드 보이의 컴백에 중앙회 직원들은 긴장하고 불편해 하는 분위기라고 전해들었습니다.

‘일 잘 하는’ CEO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는 ‘일 많이 시키는’ CEO의 컴백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 봅니다. 이는 중앙회 직원끼리 직전 회장님의 경영 스타일을 ‘이대로’라고 비유하며 무사안일주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드러납니다.

이밖에 회장님의 피선거권 적법성 문제, 현재 회장으로 있는 제이에스티나와 같은 ‘중소기업 졸업’ 기업들이 조합 회원사로 상당수 있어 중소기업중앙회의 정체성 논란 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살검’ 요인을 두루 살피고 해결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회장님은 당선 소감 일성으로 ‘통합’을, 그리고 ‘당당하고, 함께하는, 일 잘하는’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중앙회를 만들겠다는 재도약 의지도 천명했습니다. 국내 전체 기업 수의 99.9%, 종사자 수의 82.2%, 국내 총매출액의 42.8%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미세혈관’ 중소기업과 소상공업을 살리는 김기문 회장님의 ‘활검’ 경영과 리더십에 거는 기대감이 그만큼 큽니다.

열정만큼이나 늘 강건하시길 기원하며~


이진우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