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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GM 대형 가맹점 수수료 재협상 요구 법적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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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GM 대형 가맹점 수수료 재협상 요구 법적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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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현대자동차와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이 자사보다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된 현대차의 사례를 보고 재협상을 요구하자 카드사들은 관련 계약 조건에 따라 어쩔수 없이 없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서야 하는 처지다.

금융당국이 기대보다 낮게 수수료율이 적용된 현대자동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자동차업계와의 협상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강도 높은 처벌도 쉽지 않아 카드사들의 입장만 난처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카드사들에게 수수료율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자사보다 낮은 수수료율로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재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이 수수료율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에 어떤 제약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시 재협상해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들이 계약을 맺을 때는 기본적으로 회사간 개별 자유 계약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가맹점나 카드사들이 협상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들과 계약을 맺을 때 사용하는 '가맹점 표준 약관'을 따르지 않고 1:1 협상이 가능하다.

표준 약관에 따르면 보통 가맹 수수료 협상은 계약한 날로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계약 기간을 1년을 기본으로 한다. 이 약관을 적용하면 대형 가맹점은 협상을 완료하고 나서는 적어도 1년간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대형 가맹점은 이같은 약관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협상을 완료하고도 계약서 절차를 완료하지 않았거나, 완료했더라도 '계약 기간 내 이의 제기 제한'을 단서 조건으로 붙이지 않았다면 가맹점은 재협상을 요구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카드사들과 수수료율 협상에 나서면서 당초 기대보다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가맹 계약 해지까지 불사하면서 카드사와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결과다.

이에 카드업계는 현대차와의 협상 결과가 다른 기업이나 타 업종과의 수수료 협상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는데 르노삼성과 GM이 재협상 요구에 나서면서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협상은 회사별 적격비용(원가)에 따라 회사간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같은 업계여도 회사마다 원가가 달라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같은 수 없지만 현대차의 사례로 자동차업계 내에서도 수수료 재협상 논의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처해진 카드업계에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이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협상을 하지 않았는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가맹 계약은) 자율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원칙이나 카드사 또는 대형가맹점의 위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조치할 예정"이라며 "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 등을 통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우선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서는 시기는 수수료율 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회사간 자율 계약에 끼어들면 안되기 때문에 당장 점검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점검에 나선다고 해도 검사를 나갈 때처럼 강제력이 크지 않다. 보통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갈때는 금융감독원의 검사·제재 규정안에 따라 자료 제출 요구권이 주어지고, 검사 결과에 따라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점검의 경우 이같은 자료 제출 요구권이 주어지지 못하며, 점검 결과에 따라 행정 제재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다시 검사를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점검은 어디까지나 점검일뿐 금융당국이 행정제재라는 칼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점검 후에도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해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검시 위법 사항을 발견하면 검사를 거치는 과정을 거쳐서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점검시 위법사항이 발견될 때는 형사소송법상 누구든지 고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형사 조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련법에 따라 형사 조치를 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전법에 따라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 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가맹점들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아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았다고 증명해야 하고, 해당 법 조항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도 거의 없어 사실상 처벌이 쉽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적격비용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았다고 해도 여전법 18조3의 1호와 2호 등에 따라 '부당한 압력'을 받았는지 입증해야 해야 해당 조항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며 "해당 조항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전법 18조3에 따라 형사 조치는 가능하나 실질적으로 처벌을 위한 입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처벌 강도도 그리 높지 않다. 여전법 18조3의 1호에 따라 "신용카드업자는 신용카드가맹점과의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며 부당하게 가맹점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같은 18조3의 4호에서는 "대형 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 신용카드와 관련한 거래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상금, 사례금 등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