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이런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설마 남북 협의마저 깨버리라곤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도 현실이다. 남북관계 역시 마찬가지. 북한은 종잡을 수 없는 나라다. 지금껏 그래왔다. 남쪽이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일이다. 우리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남쪽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다소 들떠왔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남북문제에 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월 평양방문, 지난 2월 결렬되기 전까지의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기대를 낳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졌다.
누구를 탓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시간을 갖고 풀어 나가야 한다.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고 여겨라. 나는 우리 외교안보라인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측능력이 부족하다고 할까. 정의용-서훈-강경화-김연철(후보자) 라인으로 미국과 북한을 상대하기 벅차다고 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통일장관만 바꿨다. 답답하다.
그럼 무슨 수가 있을까. 서두르면 안 된다. 차분하게 하나씩 짚어봐야 한다. 아무래도 김정은 위원장을 먼저 만나야 할 것 같다. 물론 미국과의 공조 아래서다. 한미관계도 예전만 못하다. 외교에서 왕따는 가장 피할 일이다. 이제부터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