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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인풋이 아웃풋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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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인풋이 아웃풋을 결정한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투입이 산출을 결정한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재료를 넣어주어야 한다. 재료는 경험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정보와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데 이미 살아온 시간과 경험은 어쩔 수 없고, 지금의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어렵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대리 경험은 바로 독서다. 글을 출력하기 위해 글을 입력하는 것이다.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 들어가는 만큼 나온다. 결국 글이란 내가 가진 언어를 나열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언어자체가 적으면 쓸 것도 적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경험(독서)의 폭이 작으면 딱 그만큼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대화 속에서 너무 쉽게 ‘안다’고 말하고 퉁치며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물, 개념을 ‘안다’라고 하면 그것을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다’고 말한 사람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얼버무리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식이다. 말이라면 가능하지만, 글은 대충 넘어갈 수가 없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글재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자 하는 바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며, 리더들에게 각자 생각하는 ‘리더십’에 대해 적어보라고 한다. 어려워하는 리더들이 많다.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의 책상에 리더십 책 한 권은 있어야 합니다’는 메시지를 드린다.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 여기서 좋은 글은 적당히 길고 나에게 맞는 글을 말한다. 먼저 의도적으로 긴 글을 읽을 것을 권한다. 적어도 칼럼 정도의 글밥이어야 한다. 짧은 글만 읽으면 그런 글만 나온다. 모바일 콘텐츠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간단한 정보와 짧은 소회의 나열이다. 이런 글들은 의미 없는 시간낭비보다, 나의 뇌를 그 정도 호흡에 맞게 트레이닝 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긴 글을 점점 읽기 어려워하고, 잘 못 읽는다. 빨간펜 선생님으로 조롱받는 리더들이 많다. 후배 직원이 아무리 훌륭한 보고서를 올려도 리더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다. 맥락을 못 읽고, 형식이나 문법 트집만 잡아서는 곤란하다. 이런 리더가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에게 맞는 것을 읽어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 글쓰기라면 더욱 읽기가 중요하다. 에세이나 소설 등은 경험만으로도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비즈니스에서의 글쓰기는 일상의 경험보다 업에 맞는, 선택적이고 조작적인 읽기가 필요하다. 낭만적인 소설이나 영웅심 가득한 무협지를 읽으면서 간결하고 논리적인 글을 기대하긴 어렵다. 단순히 길고 재미있는 글은 ‘책 읽는 뇌’를 훈련하는 과정이나, 취미로서 적합하다. 비즈니스 글쓰기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분야’에서 ‘목적’이 있는 정보와 의견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와 정보를 함유하는 글을 읽어야 한다.

잘 읽어야 한다. 그래야 내 것이 된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글을 보며 생활한다. 그러나 그것은 ‘본 것’이지 ‘읽은 것’이 아니다. 지나치듯 보지 말고 꼼꼼히 읽어야 한다.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행간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자. 글의 구조를 살펴보자. 어떤 전개로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런 노력을 반복하다보면 내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읽은 글에 대한 나의 의견과 소감을 정리해 본다면 금상첨화겠다. 쓰지는 않더라도 생각하는 연습을 해두면 좋다.

당연한 소리를 정성스럽게 길게 했다. 누구나 아는 것을 이렇게 까지 풀어서 말한 것은 첫째, 안다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둘째, 알고 있으되 그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알고 바로보는 리더, 글 앞에서 당당한 리더가 많아지길 바란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