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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회생발판 한국항공우주, 수주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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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회생발판 한국항공우주, 수주불확실성 여전

감사의견 적정의견에 회계감사이슈 일단락
선제적 유동성 확보, 수출수주 부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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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한국항공우주가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 적정’으로 회계불확실성을 털어내는데다, 민수시장 확대 등 사업다각화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사업 핵심인 수주량의 경우 변수가 많아 실적회복에 언제든 찬물을 끼얹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무건전성 강화, “유동성 위기없다”

한국항공우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은 “현재보다 미래가 밝다"고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재무투명성 및 건전성 측면에서 잇단 재무클린화작업과 자금조달을 통해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실제 회계투명성의 핵심인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뀐 상황이다.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은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서 한정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고자산 및 매출원가, 차입원가의 자본화와 관련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터라 내부회계 시스템의 신뢰에 대해 의문도 제시됐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2018년 회계감사보고서가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고 밝히며 회계감사 이슈는 일단락됐다.

자금조달의 경우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재무건전성도 강화됐다. 지난해 7월 이후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을 통하여 935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 이라크 고등훈련기 T-50 수출 관련 선수금이 유입되며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17년 9월말 7658억원에서 2018년 9월말 534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최재헌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 잔액에서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 등 헬기관련 프로젝트 및 이라크 고등훈련기인 T-50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하지만 지난해 11월 수리온헬기 전력화사업의 재개가 결정되고, 이라크관련 매출채권이 회수됨에 따라 유동성위기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다”고 말했다.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10월말 기준 3424억원을 보유해 단기차입금 상환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는 분석이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영업창출현금을 상회하는 개발비 부담, 운전자본 부담 발생 등에 따라 순차입부담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항공기 부문 방산사업자로서 안정적인 사업지위와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대응은 원활히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주 감소세 뚜렷, 올해 전사 수주목표 전년수주실적대비 91.8% 감소

변수는 매출기반 핵심인 수주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8조원으로 전년 대비 17조9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은 미미하다. 특히, 방산부문이 신규수주 부진으로 수주잔고가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수주부진은 올해 수주목표에도 드러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2019년 전사 수주목표는 2018년 수주실적대비 91.8%로 감소했다. 매출 목표대비 수주 목표는 84.9% 수준으로 낮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성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완제기수출에서 수주 부진과 미국 고등훈련기 T-X사업의 수주 불발이 겹치며 이를 만회할만한 가시적인 성장동력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올해 줄어드는 수주목표 규모는 중기적인 성장기대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수주불확실성을 만화하기 위해 민수사업 등 사업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경남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 일원에 민간 우주센터를 2020년 6월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KAI 우주센터 부지조성 착공식’을 가졌다. 550명 규모의 R&D 사무동과 실용급 위성 6기를 동시 조립할 수 있는 조립장 및 최첨단 위성시험장 등을 갖추게 되며 중대형 실용급 위성의 개발과 양산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항공우주는 현재 연 2000억원 규모인 우주사업 매출을 2030년 연 1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당장 매출이 기대되는 쪽은 항공기 정비사업이다.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지난달 21일 첫 민간항공기 정비 입고식을 갖고 그동안 해외에 맡겨오던 항공기 정비를 시작했다.

이날 입고된 항공기는 제주항공의 B737 1대지만 이를 시작으로 올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 19대를 수주해 정비할 계획이다.

한편 이같은 사업다각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국항공우주는 올해 실적추정치를 매출액 3조896억원, 신규수주 2조6240억원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수주에 변수가 많아 실제 목표를 달성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완제기 양산(내수, 수출) 부문의 수주감소로 매출 감소 및 고정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 사업 관련 추가 차질이 발생하거나, 한국형 전투기인 KF-X투자금(인도네시아) 등의 자금 회수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현재 신용등급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성 개선, 안정성 정체, 수익성 뒷걸음질

●투자지표

한국항공우주의 지난해 3분기 연결실적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안정성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라크 고등훈련기 T-50수출 관련 선수금유입으로 유동성 우려는 해소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성장성, 수익성은 정체 중이다.

먼저 안정성의 바로미터격인 유동비율은 보통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 기준)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31.7%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2조7992억원, 유동부채는 2조1258억원이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유동비율이 약 100% 초반대로 미진하다. 단 기말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2194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외부충격에도 버틸 수 있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301.5%로 평균보다 높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항공우주의 부채는 총 6조2918억원이며 자본총계는 6조7679억원이다.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배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비영업)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 1.5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 이자의 빚을 갚을 수 있다. 높은 부채비율로 빌린 돈의 이자를 제외한 실제 손에 쥔 영업이익이 미미하다.

매출의 경우 뚜렷한 반등조짐이 보이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은 19.2%로 완연히 회복했다. 비용에 속하는 판매와관리비증가율은 8.7%로 시장상황에 따라 비용관리에 나서고 있다.이에 따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증가율은 플러스로 전환했다.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은 흑자로 돌아섰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의 수익성은 미미하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1조9193억원, 영업이익은 7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은 12.9%에 달한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를 영업수익으로 나눈 EBITDA 마진율은 7.3%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3.9%로 보통 이하다.

아울러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수익성도 신통치 않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0.3%다. 지배주주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ROE는 1.0%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한국수출입은행 지분 24.41% 보유

●기업개요와 지분분석

한국항공우주는 항공기 부품, 완제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지난 1999년 10월 1일에 설립됐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의 주력사업은 방위산업으로 특성상 특정 무기체계에 대한 장기 계약사업이다. 한국 정부(수요군)와 계약을 통해 제품을 개발, 생산, 성능개량, 후속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각 사업이나 품목별 국내시장 점유율은 거의 100%다.

군수 수출사업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국내에서 개발된 국산 항공기의 수출을 위해 선진 항공업체들과의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수사업의 경우 항공기 기체구조물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체구조물 사업은 고객이 요구하는 항공기의 특정 부분에 대한 맞춤형 기체구조물을 개발해 제작, 납품하는 구조다.

민항기 시장의 성장과 생산량 증가에 따라 기체구조물의 국제협력 및 아웃소싱 규모도 동반 성장되므로 점진적인 시장규모 확대와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

사업의 위험요소도 있다. 수출서 주력 기종인 T-50 고등훈련기 시장은 대형 완제기 업체들이 진입하지 않은 시장이다. 하지만 러시아, 체코 , 이탈리아 등 소형기, 중형기의 개발•판매업체들과 여러 기종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의 기본훈련기인 KT-1도 미국, 스위스, 브라질 업체의 기종과 경쟁중으로 해외 수주에 대한 실패 위험이 뒤따르고 있다.

한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한국항공우주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 24.41%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7.02%로 2대주주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