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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살계경후’… 닭 잡으면 원숭이가 겁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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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살계경후’… 닭 잡으면 원숭이가 겁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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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주총회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살계경후(殺鷄儆猴)’라는 말이 있다. 원숭이(猴∙후)가 보는 앞에서 닭(鷄∙계)을 잡아 죽여서 원숭이를 바짝 질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겁을 먹은 원숭이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재주를 고분고분 잘 넘지 않을 수 없다.

고사가 있다.

제나라 임금 환공 때, ‘가진 자’들이 구두쇠 노릇을 하고 있었다. 여러 대부들이 재물을 쌓아놓은 채 풀려고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서민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환공은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에게 대책을 물었다.

“성양에 있는 대부를 불러들여 죄를 다스리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환공은 성양 대부를 불러 혼을 냈다.

“너는 애첩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집에서 기르는 거위에게까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먹을 것 없는 가까운 친척조차 부르지 않고 있다. 너의 지위를 박탈하겠다.”

성양 대부가 당하는 것을 본 다른 대부들은 긴장했다. 재물을 풀어서 ‘불우이웃’을 돕지 않을 수 없었다.

환공은 성양 대부를 ‘시범 케이스’로 처벌, 다른 대부들이 납작 엎드리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랬으니, ‘'살계경후’의 방법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큰 닭’을 잡아서 피를 뿌리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럴수록 원숭이가 겁을 많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주주총회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떠올려보는 ‘살계경후’ 이야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재선임’에 실패하는 것을 보는 재계의 긴장감이 마치 ‘살계경후’로 느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를 감히 ‘계’와 ‘후’로 비유해서 ‘거시기’하지만, ‘계’가 ‘재선임’에 실패하는 것을 본 ‘후’로서는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배상근 전무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전경련의 ‘입장문’처럼, 조 회장의 ‘재선임’ 실패는 ‘국민연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그 국민연금은 다름 아닌 정부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장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살계경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사실상 정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인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연금 사회주의로 가는 위험한 선계를 남긴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간섭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어쨌거나, 대한항공 주총을 보면서 국민이 궁금할 듯싶은 게 있다. 가장 많이 긴장할 ‘후’는 과연 어떤 대기업일까 하는 점이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