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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억대 연봉’의 진화… ‘억대 봉급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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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억대 연봉’의 진화… ‘억대 봉급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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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작가 조정래는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에서 ‘억(億)’이라는 글자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억이란 뜻을 아는가? 그 글자는 사람 인(人)변에, 뜻 의(意)자가 합해진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실재하는 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수라는 뜻이야. 그 글자가 만들어졌던 그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경제 규모가 작았으니까 억 단위의 금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야.…”

조정래는 그러면서 기업들의 ‘비자금’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에만 있는 그 큰 수를 만 개나 비자금으로 감추다니….”

실제로 서민들에게 ‘억 원’은 꿈같은 큰돈이다. 1980년대 후반, ‘억대 연봉’이 등장했을 당시의 ‘억’은 ‘무지 큰돈’이었다. 서울 ‘강남’의 그럴 듯한 아파트를 사고도 남을 ‘대단히 큰돈’이었다. 지금은 ‘억대 연봉’이 많이 늘었지만,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큰돈’이다.

그러나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보면, ‘높은 사람들’에게 ‘억’은 ‘별로 크지 않은 큰돈’인 듯했다. 국회의원 289명 가운데 절반 넘은 149명의 재산이 1년 사이에 ‘억’ 이상 늘었다는 것을 보면 그렇다. 어떤 국회의원의 경우, ‘억의 15배’인 15억 원이나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그 ‘억’ 중에는 이른바 ‘봉급저축’도 포함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그랬다.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재산은 지난해에는 18억8000만 원이었으나 이번 신고에서는 예금이 1억6000만 원가량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1억3600만 원 증가하고 있었다. 늘어난 이유에 ‘봉급저축’이 포함되고 있었다. 보도를 그대로 옮기면, ‘급여 등 수입 및 생활비 등 지출로 인한 변동’이었다.

대통령뿐 아니라 여러 고위공직자가 ‘급여 등’을 예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대 연봉’이 아니라, 이제는 ‘억대 봉급저축’인 셈이 되었다.

금년 초 발표된 ‘2018년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민들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용도 가운데 52%가 ‘생활비’였다. 서민들은 먹고살 돈이 모자라서 이자 비싼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서민의 눈에는 ‘억대 봉급저축’이란 ‘실현 불가능한’ 꿈일 것이다.

‘높은 사람’은 대출을 받는 능력도 남달랐다. 대출도 ‘억’이었다. 사임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받은 대출은 ‘억의 10배’인 10억 원이나 되었다.

10억 원의 대출은 서민들을 위한 ‘새희망홀씨대출’의 최고한도인 3000만 원의 30배 넘는 ‘큰 대출’이다. ‘높은 사람’은 돈을 빌리는 데 있어서도 ‘그릇’부터가 달랐다.

부동산 투자 또는 투기를 해서 늘렸다는 재산도 ‘억대’였다. 그런 고위공직자들이 ‘엄청’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재산 많고, 예금 많은 게 문제일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재산이 1년에 ‘억’이나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민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다. 서민정책이 겉돌게 될지도 모를 것이라는 문제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