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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마오타이'에 취하면 일·중 市況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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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마오타이'에 취하면 일·중 市況 보인다

홍콩 포함, 중국 의외로 안정적 상승…시가 총액 162조 도요타 육박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당시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와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마오타이주로 건배하면서 '국주(国酒)'라는 칭송을 얻었다. 자료=구이저우 마오타이이미지 확대보기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당시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와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마오타이주로 건배하면서 '국주(国酒)'라는 칭송을 얻었다. 자료=구이저우 마오타이
올해 홍콩을 포함해 중국 주식이 의외로 안정된 상승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 감속이 염려되는데도 상하이종합지수 'SSEC'는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홍콩 주식 시장은 지난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대 규모 증시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서도 적수를 찾아볼 수 없게 된 셈이다.

홍콩 주식시장 시가 총액은 지난 9일 기준으로 5조7800억 달러(6580조5300억 원)로 일본의 5조7600억 달러(6557조7600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추월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해 6월 15일 최고점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으나 올해 연초부터 반등을 시작해 이날까지 17% 상승했다. 인터넷 대기업 텐센트홀딩스가 22% 상승한 것 등이 지수 상승세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일본의 토픽스지수는 8.3%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콩 항셍지수에 반해, 지속되는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토픽스지수는 당분간 홍콩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 중국 시장에는 국내외에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가?', '중국 증시의 호황이 왜 일본 주식을 뒤처지도록 하는가'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 이유의 일단을, 중국 증시에서 시가 총액 톱을 자랑하는 고급 술 제조 업체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臺·이하 마오타이)'를 통해 볼 수 있다.

■ 토요타에 육박하는 마오타이 시가 총액


마오타이주는 중국 구이저우성성에서 양조된 고급 바이저우(백주)로 강한 향이 특징이다. 잔을 들이켜 혀끝과 몸으로 즐길 수 있는 것 외에, 다 마신 잔에도 향기가 오랫동안 남아 세계 삼대 증류주 중 하나로 꼽히는 술이다.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당시 중국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총리가 마오타이주로 건배한 이후 '국주(国酒)'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술이다.

마오타이의 시가 총액은 지난 2월 말 9484억 위안(160조5926억 원)을 기록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 전체에서 4위를 기록했으며 은행이나 석유 등을 제외한 제조업의 시가 총액에서는 독보적인 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7608억 위안(128조8263억 원)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타면서 1조900억 위안(184조5697억 원)이 증가한 결과 상하이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해외 대형 주류 메이커와 비교했을 때도 마오타이의 시가 총액은 전혀 손색이 없다. 조니워커를 보유한 디아지오(Diageo)의 744억 파운드(110조6856억 원)를 크게 웃도는 등 알코올 음료 메이커로서는 세계 최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소프트뱅크G의 12조 엔(121조8800억 원)을 웃도는 것은 물론 , 도요타자동차의 22조 엔(223조4400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마오타이의 주식은 지난 1년간 50% 이상 상승했다. 8일에는 상장 이래 최고가인 주당 908위안 (15만3752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가수익률(PER)은 30배 이상으로 높아 중국 기업 최초로 1000위안 주가 돌파가 시야에 들어왔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가 따른다.

이처럼 강한 마오타이 주가의 원동력은 실적에 있다. 올해 마오타이의 판매 목표는 1000t으로, 2018년 목표치보다 10% 웃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17년 대비 30%나 대폭 증가했는데 올해 1분기도 잠정 기준으로 순이익이 30%, 매출이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목표 달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잔뜩 부푼 중국 주식 시장의 특수 사정


토요타 자동차에 육박할 정도의 시가 총액을 끌어 올린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오직 실적뿐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여기에는 중국 주식 시장의 특수사정이 얽혀있다.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민간 기업이라고 하면, 알리바바그룹과 텐센트홀딩스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들 모두 상하이증권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뉴욕에서, 텐센트는 홍콩에 상장돼 있다. 따라서 중국 투자자들은 중국내에서 운용되는 증시에서는 이들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올드이코노미(Old Economy, 구경제) 주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품질 보증을 받은 글로벌 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거 매수세로 시가 총액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토카이도쿄조사센터(東海東京調査)의 중국계 전략가 왕신신(王申申)은 "중국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신용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으며 금융을 포함해 각종 규제 완화에 수반해 다시 '머니 버블'의 양상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 병에 600만 위안(약 10억원)이 넘는 고가인 마오타이 명품주가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팔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종의 투자 상품으로서 목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이를 노린 해외 투자자들의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의 상호 교차거래가 늘면서 마오타이의 매수세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시 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에 따라 지방정부 등의 공무적 접대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이후, 타격을 만회하고자 한 기업의 노력은 중앙정부의 긍정적인 지원마저 이끌어 냈다.

고위층 공무원과 부호들만 즐길 수 있은 명품 마오타이주를 일반 소비자 수요를 위한 저가 제품으로도 전개해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데 성공했으며, 고가 탓에 짝퉁이 범람하면서 깊어진 고민마저 해소할 수 있었다. 이는 중앙정부와 마오타이 등 기업들의 공동 노력에 의한 혜택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이처럼 다양한 중국 사정이 마오타이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일본 주식 압박


중국 경제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15일 폐막한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6.0∼6.5%로 설정했다. 2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해 6.6%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중국 경제에 새로운 계기를 내놓을 수도 있지만 미중 문제 만이 중국 경제 둔화의 원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게 문제다. 중국에는 과잉 설비나 민간 부채의 확대 등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있으며, 현시점에서 경기를 띄울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도 안고 있기 때문다.

그럼에도 상하이종합지수를 1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과 중앙정부가 매진하는 경기부양책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고, 침체기에 접어든 중국의 경기 전망과는 전혀 다른 요인들도 많다.

그 대표 사례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중국 A주 편입 확대와 외자 보유 상황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지난달 1일 MSCI는 중국 A주 편입 비중을 5%에서 오는 11월 말 20%까지 확대하고, 중국 A주 중형주와 차이넥스트도 20%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6일 MSCI는 중국 본토 주식 시장에 대한 외자 규제 완화마저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MSCI는 자사가 산출하는 여러 중국 지수로부터 애플 관련주로 알려진 '한스레이저(Han's Laser, 중국명 大族激光)'와 가전 대기업 '메이디그룹(美的集団·Midea)' 등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규제한 외자 보유의 상한 비율을 조금이나마 확대시켜 보려는 노력이었다.

중국 주식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여러 특수사정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지 현재 중국 경제나 전망이 급속히 개선된 데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 주식의 상승 요인이 일본 기업의 실적 회복 기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일·중 주식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중국 쪽으로 완전히 기울게 된 것이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후지토 노리히로 수석 투자 전략가가 "일본 주식의 상한가가 무거운 이유는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따르기 때문이며, 일본 기업 실적 둔화의 주요 요인은 중국 경제에 있다"고 지적한 것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일본 기업의 결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제조업에서 중국 요인에 의한 실적 하향 조정이 유난히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단기 경제 관측 조사에서 일본 대기업 전체 산업의 지난해 경상이익은 2017년 대비 1.4% 감소했으며 2019년도에는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연초에 비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30% 급상승한 반면, 일본의 닛케이평균은 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로 인식지평을 넓혀보면 중국 기업이 눈에 띄게 돌출돼 있거나 일본 주식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중국 경제의 명확한 반전이 없으면 일본 기업의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일본 주식의 상한가에 대한 중량감은 장기간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