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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카드로 부조금… 가계빚 확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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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카드로 부조금… 가계빚 확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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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석용원(石庸源·1931∼1994)은 과다한 경조사비 때문에 홀쭉해진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한숨 쉬는 월급쟁이들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헌데, 회람지(回覽紙) 한 바퀴에/ 월급(月給)이 줄어드는 건 또 뭣 때문이지/ 혹, 그놈의 쪽지가 요술(妖術)이라도 부릴라 치면/ 이건 빈 봉투, 아주 납작하이/ 이래저래 못살기 마련이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월급쟁이들은 월급을 ‘봉투’로 받았다. 대체로 누런 색깔의 월급봉투였다. 지금처럼 월급이 은행 계좌로 입금되지 않았다.

그 월급봉투는 석용원의 표현처럼 어쩌다가 납작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직장 동료나 상사의 경조사 때 ‘회람’이 돌면 얼마를 낸다고 적어 넣어야 했고, 적어 넣은 경조사비만큼 월급에서 제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경조사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43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월급쟁이들의 경조사 참석횟수는 한 달 평균 1.6회였으며, 한 번에 내는 경조사비는 평균 7만3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약 14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혼 직장인은 164만 원으로 미혼 직장인의 117만 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쥐꼬리 봉급’에 이 부담이 간단할 수는 없다. 결혼식이 많은 이른바 ‘결혼시즌’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응답자의 89.7%는 경조사 참석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 이유는 뻔했다. 74.6%가 ‘경제적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할 수도 없다. 응답자 가운데 74.3%는 ‘인맥 관리’를 위해서 꼭 참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경조사비는 반드시 지출하지 않을 수 없는 ‘준(準)조세’처럼 되고 말았다.

‘의무적인’ 경조사비 지출이 많으면 외식비, 유흥비 등 다른 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뜩이나 나쁜 내수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하는 ‘작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부담스러운 경조사비를 신용카드로도 보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일정 한도 내에서 송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카드빚’을 내서 경조사비를 보내라는 얘기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용카드는 ‘미래의 빚’이다. 지금은 ‘그 까짓것’하면서 카드를 긁지만, 월급날이 되면 사정없이 빠져나가는 빚이다. 그런데, 정부는 경조사비까지 빚을 얻어서 보낼 수 있도록 해줄 참이다.

‘외상’으로 경조사비를 보낼 경우, 그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중에 채워 넣을 요량으로 3만 원 보낼 곳에 5만 원을, 5만 원 보낼 곳에 10만 원을 보낼 수도 있다. 경조사비는 시쳇말로 ‘품위 유지비’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다한 가계부채를 억제한다며 대출 억제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카드빚’으로 경조사비를 내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 금액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분명히 ‘빚’일 것이다. 게다가, 발표 대상에는 ‘경조사’뿐 아니라 ‘경조사 등 개인 간 송금’이라고 했다. ‘빚’ 규모가 조금이라도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를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라며 발표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