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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자리] ‘간 큰’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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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자리] ‘간 큰’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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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자! 더욱 일하자! 한없이 일하자!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과거 쌍용그룹에는 이 ‘표어’가 사무실에 붙어 있었다. 창업주인 김성곤(金成坤∙1913∼1975) 회장의 ‘말씀’이었다.

다른 그룹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월급쟁이들은 일을 많이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

무역회사 직원들은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외환 관계 서류를 만들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은행으로 달려가서 서류를 내밀었다. 은행원들은 그런 무역회사 직원들과 ‘입씨름’을 하며 퇴근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수출을 늘렸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열사’의 나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담배 한 대를 빼어 물 시간도 없었다. 목이 타는데도 음료수 한 잔 마실 시간이 아쉬웠다. 단돈 1달러도 아끼며 돈 모아 귀국할 때를 기다렸다.
당시에는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 분위기였다. 월급쟁이들은 ‘쥐꼬리 닮은’ 월급봉투를 받으면서도 군소리 없이 일에 매달렸다.

오늘날에는 ‘정시퇴근’, ‘칼퇴근’이다. ‘업무시간 외의 카톡이나 문자’는 금물이다. ‘야근’이나 ‘퇴근시간 후 회식’ 따위는 껄끄러운 게 되고 있다.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생기고 있다. 정부가 이를 ‘감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생겼다는 ‘근로감독정책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일과 가정 양립을 얻을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격세지감(隔世之感)’인 상황에서 “일하자, 더욱 일하자”고 선동(?)이라도 했다가는 곧바로 ‘성토 대상’이다. 노조의 ‘대자보’가 요란해질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는 아직도 ‘간 큰 회장님’이 있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 회장은 회사 내부 행사에서 “만일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996을 해 보지 않은 인생이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겠는가” 했다는 것이다.

‘996’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네티즌은 마 회장을 비난하면서 ‘996’에 ‘ICU’를 붙인 ‘996.ICU’에 ‘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996 근무제를 따라서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ICU)에 간다’는 뜻이라는 보도다.

우리는 ‘지긋지긋하도록’ 일을 하던 당시 세계를 기겁하도록 만들었다.

1980년대 미국의 타임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한국인’이라고 극찬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인이 오고 있다’는 글을 표지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한국은 이대로 가면 10∼12년 내에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고 ‘경계론’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를 경계하는 나라는 없다. 되레 우습게 여기고 있다. 중국도 얼마 가지 못하게 생겼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