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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네”…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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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네”…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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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이티비가 전세계약을 맺은 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가 16일 부산항을 출항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내가 묵는 호텔이 여행 일정 내내 나를 따라다닌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동하면서 번거롭게 짐을 챙겼다 풀었다 할 필요가 없다. 이동 시간에도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크루즈 여행 이야기다.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롯데제이티비 전세 크루즈선 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에서 크루즈 여행을 체험했다. 부산을 출발해 일본 사카이미나토와 가나자와를 하루씩 들른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속초로 귀국하는 5박6일 코스다.

크루즈에서의 하루는 선상신문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상신문은 전날 밤 객실로 배달된다. 선상신문 1면에는 기항지 날씨, 하선·승선 관련 정보 등이 나온다. 기항지 관광을 나가는 날 아침에는 네오로만티카호에 탑승한 승객 1200여명의 대이동이 펼쳐졌다. 자신이 속한 그룹이 몇 시에 어디서 모여서 하선하는지 선상신문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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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신문에는 기항지 날씨, 하선·승선 관련 정보, 선내 프로그램 일정 등이 나와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하루 일정을 살펴본 뒤 10층 선미에 자리한 뷔페로 향했다. 창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빵과 과일 따위를 담아온 접시를 앞에 두고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크루즈로 돌아왔거나, 기항지에 들르지 않는 날이라도 객실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 크루즈 안에서 연예인 콘서트, 라틴댄스 교습, 한국무용 공연, 빙고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크루즈에 있어야 했던 19일 오후 선내에서는 이정용, 차수빈, 나미애, 풍금, 그룹사운드 건아들의 곽종목 등이 출연한 콘서트가 열렸다. 이정용 씨가 싸이의 ‘챔피언’ 등을 부르며 한껏 달궈놓은 분위기는 곽종목 씨가 무대에 올라 ‘불놀이야’,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을 부르자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건아들”을 연호하며 뜨겁게 반응했다.

열기가 가득한 공연장을 빠져나오니 카페 앞에서는 마스크를 쓴 성악가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라이브 반주에 맞춰 부르는 ‘오솔레미오’ 등 익숙한 선율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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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테너는 카페 앞 작은 무대에서 '오솔레미오' 등을 열창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노래를 듣던 한 관객은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며 “이제 곧 시작하는 다른 공연을 보러 일어나려던 참”이라며 작은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이날 탑승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크루즈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뜨거운 금요일 밤을 보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짧은 일정을 끝낸 다음날 오후에는 갑판에 올라갔다. 갑판 위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갑판 한쪽에서는 앳된 얼굴의 형제가 탁구를 치고 있었다.

동생은 두 살 터울의 형에게 “세게 치지 좀 말라”며 투덜거리면서도 벌게진 얼굴로 연신 탁구채를 휘둘렀다. 동생은 저쪽으로 튕겨 나간 공을 주으러 가며 “부모님과 함께 크루즈여행을 와서 재밌기는 한데 배안에 있는 프로그램이 부모님 취향인 것들이라 형과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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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들은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앞두고 수고해준 직원들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사진=김형수 기자

이날은 크루즈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는 날이기도 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8층 보티첼리 레스토랑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머리 위로 흰색 냅킨을 빙빙 돌리고,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기차놀이를 했다. 5박6일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향해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크루즈에서 준비한 모든 프로그램을 즐기려면 시간과 체력이 부족할 정도로 즐길거리가 풍성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선상신문, 레스토랑 메뉴판, 크루즈 내부 지도 등에는 한글이 적혀 있었으나 직원들은 한국말은커녕 기초적 영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장년층 탑승객들은 젊은 사람을 찾아 통역을 부탁하기 바빴다.

롯데제이티비 관계자는 “크루즈 선사에서 봤을 때 한 나라의 크루즈 시장이 10만명 정도 되면 적극적으로 마케팅으로 펼치는 데 한국 크루즈 시장은 5만명 규모라 어려움이 있었다”며 “레스토랑 메뉴판 등에 한글을 넣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형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