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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증권사 우발부채 동상이몽 매듭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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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증권사 우발부채 동상이몽 매듭짓자”

최성해 금융증권부 기자
최성해 금융증권부 기자
지난 주말에 지인이 집을 구하는데 따라간 적이 있다. 서울에서 월세, 전세로 갈아타는 무주택자로 집을 산다기에 남의 일같지 않아서다. 차를 타고 간 곳은 수도권 북부에 위치한 어느 신도시. 평평한 벌판에 아파트를 빼곡히 짓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사의 말을 들어보니 광역철도가 생기고 가까이 다른 신도시도 들어서 투자가치가 높다고 했다. 놀란 건 평당매매가다. 서울 외곽 오래된 아파트와 맞먹는 가격으로 새 아파트라도 매수자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중개인은 선심쓰는듯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를 권했으나 그 지인은 사람없는 빈집아파트에 어떻게 사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최근 증권사 우발채무 논란을 보면 이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우발채무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채무는 아니지만 장래에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를 뜻한다.
우발채무의 상당수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다. PF는 부동산개발 관련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한 뒤 그 사업에서 발생할 차입원리금을 상환재원으로 하는 대출을 뜻한다. 분양에 성공하면 대박을, 실패하면 쪽박을 찰 수 있다.

요즘 이 우발채무의 규모를 놓고 증권사와 신평사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공격은 신용평가사다.

신평사들의 증권사 우발채무 우려는 단골메뉴다. 세미나 때마다 증권사의 우발채무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럴 것이 신평사의 자료만 놓고 보면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평사에 따르면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지난 2015년 22조9032억원에서 2016년 24조6306억원, 2017년 27조9521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9월말엔 그 규모가 33조8670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30조원 안팎이다.

신평사에서는 33조8670억원 가운데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보증 비중이 70%인 약 27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평사의 분석대로라면 증권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말을 들어보면 완전히 다르다. 부채의 양보다 질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임원은 "신평사의 우발부채규모대로 위험을 안고 있다면 진작에 부실이 터졌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우발부채가 터진 곳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은 우량한 부채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부동산PF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PF는 연7%씩 캐쉬로 들어오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안되면 들고 가도 된다”고 말했다.

몇년동안 빼어난 리스크 관리로 큰 돈을 번 증권사의 능력은 마땅히 찬사를 받아야 한다. 한두해가 아니라 5-10년 등 장기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시장의 우려를 자아낼 부실은 한 건도 없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리스크를 테이킹하고 리턴(수익)을 얻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평사의 경고도 흘릴 수 없는 이유는 그 부채가 우량한지, 불량한지 나누는 기준이 도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종류의 부동산PF라도 어떤 회사는 담보비율을 놓게 잡고 다른 회사는 상대적으로 낮게 잡는 등 그 기준이 불분명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올해 PF대출비중이 많은 증권사에 대해 중점검사(테마검사)도 예고했다. 기왕하는 중점검사라면 우발부채라도 우량, 비우량부채를 나누는 세부기준을 마련해 시장에 공개하는 것이 어떨까. 공정한 기준이 증권사와 신평사의 우발부채에 대한 동상이몽을 끝낼 수 있으니 말이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